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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깨달음의 샘물 Nov 11. 2023

감미로움의 대명사 "The Brothers Four"

어느 날 갑자기 내 마음에 들어온 노래 "Seven Daffodils"

1. Seven Daffodils, 내 마음에 들어오다.


익히 알고 있고 즐겨 듣던 노래인데, 그 노래가 어느 순간 새로운 느낌으로 나에게 다가올 때가 있다. 그래, 모든 사람들의 노래였던 것이 어느 순간 나만의 노래가 되어 버리는 그런 놀라운 순간 말이다. 돌이켜보니 60여 년을 살면서 그런 순간을 몇 번쯤은 맛보았던 것 같은데, 그중에 하나가 같은 대학의 영문과 후배가 술자리에서 "Seven Daffodils"를 부르던 순간이었다. 30년도 훌쩍 넘어 근 40년 전의 일이지만 여전히 또렷하기만 한 그날의 추억을 추억하기에 더없이 좋을 것 같은 기분이 드는 오늘, 그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이 노래를 처음 만난 것은 짧은 머리의 중학생 때였다. 청아한 목소리로, 그것도 잔 기교를 부리지 않고 깨끗하게 부르던 것에 이끌려 좋아라 했던 그 노래, 그 노래를 부른 지 50년이 흘렀건만 여전히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양희은이란 가수가 불렀던 그 노래가 바로 "일곱 송이 수선화"였다. 다행스럽게도 유튜브에 50년 전에 양희은이 부른 노래가 올라 있어서 가져와 봤는데... 오늘, 다시 들어도 여전히  좋! 다!  

그렇지만 양희은이 부르는 일곱 송이 수선화는 그냥 좋은 노래였을 뿐이었다. 그에 반해 영문과 후배의 입에서  (영문과 학생답게 영어 가사로)  흘러나오는 "Seven Daffodils"는 그와는 전혀 다른 차원의 것으로, 문자 그대로 내 폐부를 쪼개듯이 내 마음속으로 흘러들어왔다. 양희은이 부른 노래가 번안곡이라는 것이야 익히 알고 있었지만, 그날의 사건이 있기 전 까지는 가사와 그 노래를 부른 원래의 가수에 대해서는 전혀 관심이  없었는데... 그 순간 비로소 그에 대한 관심이 생겨난 것이다. 특히나 인터넷이 없던 시절이기는 했지만 비교적 쉽게 구할 수 있었던 가사의 내용이 숨 막힐 지경이었다. 사랑하는 여인이 있었지만, 때마침 경제적으로 몰락한 집안 형편상 어떠한 액션도 취하지 못하고 있던 내 심정을 참으로 잘 표현하고 있어서 말이다. 아, 슬픈 옛 추억을 더 이상 떠올리고 싶지 않으니, 그 이야기는 여기까지만 하는 것으로 하겠다.

영어 가사와 번역을 모두 올려놓아 본다. 그런데 영어를 못하는 내가 할 말은 아니지만, 영어로 된 가사가 느낌은 훨씬 좋다. 어쭙잖은 이야기이지만, 라임이 살아 있는 듯해서 말이다.  


I may not have a mansion. I haven’t any land.

Not even a paper dollar to crinkle in my hand.

But I can show you mornings data-on a thousand hills.

And kiss you and give you seven daffodils.

(전 집도 없고 땅도 없습니다.

당장 제 손에 움켜쥘 지폐 한 장도 없고요.

하지만 전 당신에게 저 굽이치는 산 위로 떠오르는 아침을 보여줄 수 있고,

사랑의 키스와 일곱 송이 수선화를 드릴 수 있습니다.)


I do not have a fortune to buy you pretty things.

But I can weave you moonbeams for necklaces and rings.

And I can show you mornings data-on a thousand hills.

And kiss you and give you seven daffodils.

(전 당신에게 예쁜 물건들을 사줄 만한 재산도 없습니다.

하지만 전 당신에게 저 달빛을 엮어서 목걸이와 반지를 만들어 드릴 수 있습니다

그리고 저 굽이치는 산 위로 떠오르는 아침을 보 여 줄 수 있고,

사랑의 키스와 일곱 송이 수선화를 드릴 수 있습니다.)


Seven golden daffodils are shining in the sun

To light our way to evening when our day is done.

And I will give you music and a crust of bread.

A pillow of piny boughs to rest your head.

(오, 황금빛 일곱 송이 수선화는 햇빛 속에 찬란히 피었다가,

우리의 나날들이 다하면 시들어가겠죠

그러면 전 당신에게 아름다운 음악과 한 조각 빵을 드리고,

소나무 가지로 베개를 만들어 당신의 머리를 편히 쉬게 해 드리겠습니다)


2. 또 다른 느낌의 Seven Daffodils, 캐롤 키드가 부릅니다.


가사와 달리 영어 가사로 부르는 '노래'는 찾기가 쉽지 않았는데, 어찌어찌하여 듣게 된 것이 캐롤 키드(Carol Kidd, 1945~)가 부르는 "Seven Daffodils"였다. 가사의 의미가 새록새록 묻어나는 미성(美聲)에 양희은이 부르는 것과는 또 다른 느낌으로 다가오는 감미로움까지, 그건 한마디로 감동이었다. 아, 이런 내 이야기를 양희은을 폄하하는 것으로 받아들이지는 말았으면 한다.  나는 그저 영어 가사의 내용을 그대로 전달하는 것으로 치자면, 역시 원어민이 원어의 감성을 살려 부르는 것이 아무래도 좋더라는 얘기일 뿐이다. 그때의 기억을 되살리며 캐롤 키드가 부르는 "Seven Daffodils"를 다시 들어 봤다. 여전히 좋!다!

아, 이곡의 원곡은 미국의 4인조 남성 보컬 그룹인 브라더스 포(The Brothers Four, 이 분들에 대한 이야기는 이 글의 말미에서 따로 이야기하도록 하겠다)가 1964년에 발표한 "Seven Daffodils"이고, 캐롤 키드는 그를 리메이크한 것이었다.

젊은 세대들에게는 캐롤 키드가 부르는 "Seven Daffodils"는 많이 생소할 수 있다.  그러나 지금 3~40대에 이른 사람들이라면 캐롤 키드라는 이름은 왠지 모르게 익숙하다는 느낌을 가질 수도 있다. 왜냐하면 2000년대 초에 그녀가 부르는 또 한곡의 노래가 우리나라에서 선풍적 인기를 끌었던 적이 있기 때문이다. 강제규 감독의 영화 쉬리에 삽입되고, 영화의 흥행에 힘입어 한때 대한민국을 강타했던 그 노래는 바로 "When I dream"이다. 시청률에 민감한 공중파 방송국이 이러한 분위기를 타고 50대 중반을 넘긴 캐롤 키드를 급거 초청했고, '이소라의 프로포즈'라는 음악 프로그램에서  그녀가  "When I dream"을 불렀던 기억이 또렷하다. 다만 유튜브에서 그 영상을 찾지는 못해 다른 것을 들고 왔다. 노래는 그대로인데, 외모를 보면 그녀 또한 세월의 흐름을 비껴가지는 못한 듯싶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When I dream" 또한 캐롤 키드가 처음 부른 것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When I dream"을 처음 부른 것은 미국 태생의 크리스탈 게일(Crystal Gale, 1951~)이었는데, 어찌하다 보니 우리나라에서는 캐롤 키드가 그를 리메이크한 버전이 더 인기를 끌게 된 것이다. 글쎄, 이런 이야기를 하기는 많이 조심스럽지만, 이런 것을 보면 캐롤 키드는 억세게도 운이 좋은 가수라고 할 수 있다. 보다시피 리메이크를 한 곡들마다 원곡을 무색하게 만들 만큼 대 히트를 했으니 말이다. 그럼, 이번에는 크리스탈 게일의 원래 버전으로 "When I dream"을 들어 보도록 하자.


3. The Brothers Four를 아십니까?



캐롤 키드가 부른  "Seven Daffodils"의 원곡을 알게 되면서 자연스레 The Brothers Four에 대한 관심이 생겨났는데, The Brothers Four는 1960년에 제1집 앨범을 내고 활발히 활동했던 미국출신의 남성 4인조 그룹이다. 멤버들의 이름은 다음과 같다:


밥 플릭(Bob Flick, 베이스)

존 페인(John Paine, 기타)

마크 피어슨(Mark Pearson, 기타)

테리 로버(Terry Lauber, 기타)


캐롤 키드가 부른 "Seven Daffodils"를 먼저 접해서 그랬는지는 몰라도 예전에는 The Brothers Four가 부르는 "Seven Daffodils"보다 캐롤 키드의 노래가 더 마음에 들었는데, 오늘 다시 들어보니 The Brothers Four의 노래가 훨씬 마음에 와닿는다. 깊이와 원숙미가 돋보이는 The Brothers Four의 노래, Seven Daffodils이다.

사실 The Brothers Four라는 그룹 이름이 우리에게 익숙하지 않을 뿐, 이들 노래의 대부분은 우리가 너무도 잘 알고 있는 곡들이다. 왈츠의 여왕이라 불리는 패티 페이지(Patti Page, 1927~2013)가 불러서 히트시킨 "Try to remember" 또한 The Brothers Four의 노래를 리메이크한 것인데, 이들이 부르는 Try to remember는 패티 페이지의 그것과는 또 다른 맛이 있다.

그리고 이 글을 쓰다가 비로소 알게 된 것인데, 20세기 최고의 포크 듀오라고 불리는 사이먼 앤 가펑클(Simon And Garfunkel)의 "Bridge over Troubled Water"를 비롯한 주옥같은 히트 곡들의 대부분 또한 원곡은 모두 이 분들의 것이었다. 당신들의 대표적인 히트곡 10개를 모아 놓은 것이 있어 가져와 봤다. 시간만 허여 된다면, 처음부터 끝까지 모두 들어볼 것을 적극 권한다.   

PS. "Seven Daffodils"를 이야기하는 경우 워즈워스(William Wordsworth, 1770 ~ 1850)의 수선화(Daffodils)를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는데, 이 이야기는 나중에 별도로 이야기하고,  여기서는 일단 영시(英時)와 번역만 실어 놓도록 하겠다.


I wander'd lonely as a cloud

That floats data-on high o`er vales and hills,

When all at data-once I saw a crowd,

A host, of golden daffodils;

Beside the lake, beneath the trees,

Fluttering and dancing in the breeze.

Continuous as stars that shine

And twinkle the Milky Way,

They stretch'd in never-ending line

Along the margin of a bay :

Ten thousand saw I at a glance,

Tossing their heads in sprightly dance.

The waves beside them danced, but they

Out-did the sparkling waves in glee:

A poet could not but be gay,

In such a jocund company:

I gazed-and gazed- but little thought

What wealth the show to me had brought :

For oft, when data-on my couch I lie

In vacant or in pensive mood,

They flash upon that inward eye

Which is the bliss of solitude ;

And then my heart with pleasure fills,

and dances with the daffodils.


나는 외로이 거닐었네

산골짜기 위를 떠도는 구름처럼

문득 나는 보았네

한 떼의 무리 진 황금빛 수선화를

호수가 나무 아래

미풍에 너울거리는

별처럼 빛나고 반짝이나니

밤하늘의 은하수 같아라.

물가에 끝없이 줄지어

즐겁게 춤추네

반짝이는 물결보다도

더 생기에 찬 흥겨운 춤을

이렇게 흥겨운 친구들과 같이 있음에

어느 시인들 즐겁지 않으랴.

예전엔 미처 몰랐었네

이토록 아름다운 줄은..

가끔, 침상에 누워,

쓸쓸한 느낌이 들 때면

그들이 내면의 불을 밝히네

고독의 축복인.

그러면 내 가슴은 기쁨에 가득 차

수선화와 더불어 춤추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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