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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깨달음의 샘물 Nov 18. 2023

Beatles의 아성에 도전했던 "Bee Gees"

"I Started a Joke"를 소리 높여 부르던 그날을 추억하며..

1. Bee Gees, 과연 그들은 누구인가?


Pop의 역사를 되돌아보면 뚜렷한 족적을 남긴 뮤지션들이 참 많다. 몇년전 우리나라에서 그의 일대기를 다룬 영화가 소개되면서 세간의 많은 관심을 끌었던 프레디 머큐리(Freddie Mercury, 1946~1991)와 그룹 Queen 또한 그러한 반열에 오를만한 충분한 자격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누군가 나에게 그러한 뮤지션들 전부를 통털어 all time best를 꼽으라고 한다면, 나는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비틀즈(Beatles)를 그 맨 윗자리에 올려 놓겠다. 해체된 지 수십년이 흐른 지금에도 비틀즈의 흔적이라도 만나 보겠다는 일념으로 전세계로부터 수많은 사람들이 이제는 퇴락해가는 영국의 항구도시 리버풀(Liverpool)을 찾는 것만 보아도(나 또한 그렇게 리버풀을 찾았었다), 세간의 평가 또한 나와 크게 다르지 않은 것같다.  이처럼 한 도시 전체를 먹여살리는 원동력이 되고 있는 뮤지션...  과연 비틀즈 외에 누가 있겠는가?


그런데 이런 비틀즈에 비견될만 하다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그룹이 있는데, 바로 "소프트 록(Soft Rock)의 선구자"라는 이름으로 불린 3형제 팝그룹 Bee Gees가 바로 그들이다. Bee Gees는 빌보드 차트 1위에 무려 9곡을 올렸을 뿐만 아니라 1960~70년대에 걸쳐 수많은 힛트곡을 쏟아내었는데, Bee Gees는 이러한 업적/평가를 바탕으로 훗날(1997년) Rock'n Roll 명예의 전당에도 너무도 자연스레 입회한다.


Bee Gees는 베리 깁(Barry Gibb, 1946~)과 그의 쌍동이 동생들인 로빈(Robin Gibb, 1949~2012)과 모리스(Maurice Gibb, 1949~2003)로 구성된 영국 출신의 밴드인데, 이들이 1956년 B.G.S라는 이름으로 연주활동을 처음 시작한 곳은 호주였다. 그러던 1962년에 그들은 데뷔 초부터 사용하던 B.G.S라는 이름을 Bee Gees로 개명한다. 재미있는 것은 Bee Gees라는 이름이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관하여는 본인들이 입을 열어 이야기한 적이 없어 온갖 추측이 난무할 뿐이라는 것인데, 한가지 확실한 것은 그들이  Bee Gees란 이름으로 개명할 때 이미 대중적 인기몰이를 하고 있던 비틀즈를 의식하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2.  Bee Gees의 음악세계


(1) 소프트 록의 시대


개명 이후 Bee Gees는 연이은 싱글 앨범을 발매하면서 호주에서 그들의 이름을 알리기 사작한다. 그러나 전세계 사람들의 머리속에  Bee Gees의 음악이 각인되기 시작한 것은 역시 그들이 영국으로 건너간 1967년부터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1967년 영국으로 건너간 Bee Gees는 드러머 콜린 피터슨(Colin Petersen, 1946~)과 기타리스트 빈스 멜러우니(Vince Melouney, 1945~)를 맞아 들여 그들의 음악에 만전을 기한 다음, 마침내 자신들의  존재를  온 세상에 알리는 문제적 음반을 발매하기에 이른다. 사실 이 음반은 그들의 음악 생애 전체를 놓고 이야기 하면 3집에 해당하는데, Bee Gees는 영국에서의 첫 앨범이란 측면과 자신들의 새로운 음악 세계의 출범이라는 의미를 담아 이 3집 앨범의 제목을「비지스 1집 앨범(Bee Gees First)」이라고 붙인다. 어쨋거나 이 앨범에 수록된  "Holiday"가 영국은 물론, 미국 나아가 전세계에서 빅 힛트를 치면서 비로소 Bee Gees의 이름이 전세계에 알려지는 계기가 된다.


그러나 이런 공전의 힛트에도 불구하고 Bee Gees는 "Bee Gees First"를 가지고는 영국 내에서조차 정상에 올라보지 못했다. 이는 당시 영국의 음악이 전세계의 Pop을 주도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만큼 영국에서 워낙 걸출한 뮤지션들이 연이어 나타나고 있었던 것과 무관하지 않다. 이런 Bee Gees를 영국 Pop 음악의 정상에 오를 수 있도록 해 준 것은 다음해인 1968년에 발매한 그들의 4번째 앨범  「Horizontal」이었는데, 이 앨범에 바로 "Massachusetts"가 수록되어 있었다. 재미있는 것은 영어를 한글자도 모르던 1960년대 말에 내가 이미 Massachusetts란 음악을 알고 있었다는 것인데, 그것은 전적으로 송창식과 윤형주로 구성된 우리나라 역사상 최고의 남성 듀엣이라고 불리우는 '트윈 폴리오'의 덕분이라고 할 수 있다. Bee Gees가 영국에서 인기그룹으로 확실하게 자리매김하는 데 결정적으로 공헌한 노래, Massachusetts를 (화질은 좋지 않지만 Bee Gees의 초기 모습을 볼 수 있는) 동영상으로 소개한다.   

이처럼 어떤 곡(앨범)이 대 힛트를 하게 되면 그 다음 곡(앨범)은 속칭 죽을 쑤는 것이 보통이다. 그러나 Bee Gees는 달랐다. 이어진 제5집 「Idea」 역시 포텐을 터뜨렸고, 이 앨범에서 내가 다시 듣고 싶은 노래로 꼽는  "I Started a Joke"가 힛트를 한다. 그리고 이를 통해 Bee Gees는 팝의 역사에 자신들의 이름을 당당히 올리게 된다.

한편 1968년에 싱글 앨범으로 발매된 "Words" 또한 상당한 인기를 끌었는데(다음 해에 발매된 비지스 베스트 앨범에 수록),  이 곡은 원래는 클리프 리차드(Cliff Richard, 1940~)에게 줄 요량으로 썼던 곡이라고 한다. Bee Gees가 부르는 Words이다.

젊은 세대들에게는  그 이름조차 생소하겠지만, 클리프 리차드  또한 아주 유명했던 뮤지션으로, 1969년도에는 우리나라에 날아와 내한 공연을 펼치기도 했다. 그의 내한 공연은 여성 관람객들이 창출해낸, 당시로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공연장 분위기로 인해 두고두고 이야기거리가 되기도 했다. 안타깝게도 당시 실황이 담겨 있는 소중한 LP판은 안타깝게도 내 60평생을 살며 잦은 이사를 다니는 와중에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다.

아, "Words"라고 하면 에프 알 데이빗(F. R. David, 1947~)의 음악도 빼놓을 수 없는데, 1982년에 발매되어 우리나라에서도 엄청난 인기를 끌었던 에프 알 데이빗의 Words 또한 여기서 들어보기로 하자.

그런데 호사다마(好事多魔)라고나 할까. 이처럼  문자 그대로 승승장구의 분위기를 이어가던  Bee Gees에 잠시 암운이 드리우게 되는데, 그것은 Bee Gees 음악에 날개를 달아 주었던 콜린 피터슨과 반스 멜러우니가 음악적 이질성을 이유로  탈퇴하면서 그룹이 해체되는 안타까운 일이 발생한 건이었다. 그러나 그런 와중에도 1969년에 세명의 형제들만의 작업으로 이루어진 또 하나의 히트 곡이 나오는데, 다음해인 1970년  발매된 7집에 수록된 "Don't Forget To Remember"가 그것이다.


(2) Dance Music으로의 변신


1960년대 말의 황금기를 지나면서 Bee Gees는 멤버 각자가 간헐적 활동을 이어간다 그러나 그 이전과 같은 주목을 받지는 못하였어. 그렇게 사람들의 머리에서 조금씩 잊혀져 가던 1970년대 중반, Bee Gees는 거짓말처럼 또 한 번 화려한 부활의 날개짓을 펼친다. 그것도 그 이전에 그들이 해오던 발라드 내지 소프트 록과는 전혀 다른 음악,  무언가 흑인적 감각이 섞여 있으면서 가성(假聲)을 활용한 댄스곡으로 말이다. 그리고 전 세계를 디스코 광풍으로 몰아간 존 바담(John Badham)의 영화 "토요일 밤의 열기(Saturday Night Fever)"에 그들의 곡이 삽입되면서 Bee Gees의 음악은 다시 한번 초대박을 터뜨리게 된다. 물론 이 영화를 통해 댄싱 머신으로 등극한 존 트라볼타(John Travolta, 1954~) 역시 스타 덤에 올라앉았다. 여기서 이 시대를 풍미했던 Bee Gees의 같은 성향의 노래 두곡을  연속해서 들어보기로 한다.


먼저, "you should be dancing"이고,

그리고 "Stayin' Alive"이다.


(3) 다시 소프트 록으로의 회귀(?)


영화 "토요일 밤의 열기"의 사운드 트랙이 제21회 그래미상을 휩쓸어 버리면서 Bee Gees는 다시 한번 최고의 뮤지션이란 찬사를 한 몸에 받게 된다.  그러나 음악적 변절이란 비난 또한 동시에 쏟아졌는데, 그러던 1977년 소프트 록 느낌이 물씬 풍기는 노래 "How deep is your love"를 발매하며 다시 한번 인기몰이를 시작한다.  예전의 감미로움을 품은 듯하면서도 여전히 가성을 활용한 "How deep is your love", 그리고  이어서 1979년 싱글앨범(15집)으로 발매한 "Tragedy" 또한 듣지 않고 넘어갈 수 없는 곡이다.

먼저 "How deep is your love"이고,

다음으로 "Tragedy"이다.


3. 나, 아니 우리만의 노래가 되어 버린  "I Started a Joke"


Bee Gees란 그룹의 존재야 중고등학교 시절부터 이미 알고 있었고, 그들의 노래 또한 무척이나 좋아했었다. 그러나 1981년, 우리가 하나 되던 그날의 사건이 있기전까지는 Bee Gees의 음악은 그저 세상의 많고 많은 음악 중 하나일 뿐이었다.


여기서 우리란 대학 동기들 중에  '술'을 공통 분모로 하여 유달리 친했던 그룹을 말하는데,  그때로부터 40여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우리'는 부부 내외는 물론 아이들까지 함께 모이고 있다.  이미 충분히 친한 사이였지만, 우리의 관계를 더욱 공고히 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언제나처럼 일배일배 부일배를 거듭하다 통행금지 시간에 몰려 친구의 하숙집으로 몰려갔던 그날, "역사의 한가운데"에 있음을 자처하던 한 친구의 입에서 "I Started a Joke"가 흘러 나왔다. 그리고 이어진 떼창, 우리가 하나임을 느끼게 하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사실 이런 행태는 엄청난 민폐였는데, 또렷이 기억하건대 우리의 노래를 가로막는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옆방의 하숙생들도, 또 하숙집 주인 내외분들께서도 아무 말씀이 없으셨다.


그날 이후 나에겐 묘한 버릇이 생겼다. 아니, 대학 동창들 중 평생을 계속해서 만나고 싶은 사람을 가릴 때의 기준이 생겨 버린 것이다. 그것은 바로  "I Started a Joke"를 목청껏 외쳐 부르던 그날의 감격스러운 사건에 동참했는지 여부이다. 다시 한번 들어본다.  "I Started a Joke"를. 그날의 추억을 추억하면서 말이다.


4. "Holiday"에 얽힌 마지막 이야기


지금도 1988년에 영등포 교도소에서 공주교도소로 이송되던 중 지강헌(池康憲, 1954~1988) 외 3명이 탈주하여 인질극을 벌이다 자살한 사건을 기억하는 분들이 있을까?  당시  인질극을 벌이는 장면이 이례적으로 델례비젼을 통해 중계되었는데, 그 과정에서 지강헌이 '유전무죄(有錢無罪), 무전유죄(無錢有罪)'를  운운하며 이 사회의 불평등에 대해 절규한 것이 커다란 사회적 이슈가 되었던 사건을 말이다.


Bee Gees를 이야기하다 30년도 더 된 옛날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인질극이 막바지에 이르렀을 때 지강헌이 Bee Gees의 "Holiday"를 들려 달라고 요구했던 일이 떠올라서이다. 생사의 갈림길에 선 절박한 순간에 지강헌이 듣고 싶어 했던, 그리하여 자신의 생명과 맞바꾼 노래, 그것이 바로 Bee Gees의 "Holiday"이기  때문이다.


짧게 이야기 했지만 이 사건은 여러가지 극적인 장면을 내포하고 있다. 쉽게 상정할 수 없는 이런 극적 상황은 영화의 소재로 삼기에 딱인데, 실제로 2006년에 최민수/이성재 주연의 동명 영화 "홀리데이"가 만들어지기도 했다. 그러나 정작 영화속에 Bee Gees의 "Holiday"가 삽입되면서 "Holiday"라는 노래를 재탄생시킨 것은 "홀리데이"가 아니라 이명세 감독의 "인정사정 볼 것 없다(1999년작)"였는데,  안성기와 박중훈의 빗속에서의 혈투 장면이 인상적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자, 이제는 Bee Gees가 부르는 "Holiday"를 들어볼 시간이다.

Bee Gees의  "Holiday"를 이야기하고는 있지만, 사실 내 마음속의   "Holiday"는 Scorpions의 그것이다. Bee Gees 이야기를  Scorpions로 끝맺는 것이 많이 이상하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Scorpions의 Holiday 이야기를 그냥 넘어갈 수는 없는 일이니 모쪼록 이해하기를 바란다. Scorpions이 부릅니다. "Holi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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