짠돌이 교사, 집을 사다

짠내 나는 월급으로 1억 만들기

by 김건우

시간이 흘러, 교사가 된 지 3년 차 되던 해. 나는 학교에서 작업을 하다가 아이들에게 왼손을 들킨 적이 있다. 목장갑을 꼈지만, 왼손엔 손가락이 세 개뿐이라 엄지, 중지, 소지만 장갑에 넣고 나머지는 끝을 매듭지어 묶는 방식이었다. (앞선 교대 1학년 시절의 방식과 동일하다.)


그날, 우리 반의 똘똘한 남학생 하나가 내 손을 유심히 바라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뭔가 이상하다는 눈빛. 그때부터 그 아이는 내 왼손을 뚫어지게 바라보더니, 결국 들켜버렸다. 아이는 다른 친구에게 귓속말을 하며, 담임선생님의 손이 이상하다는 이야기를 했을 것이다.


그 순간이 아직도 생생하다. 민망함과 함께, 어쩌면 이게 나의 평생 숙명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스쳤다. 들키는 순간들은 언제나 갑작스럽고, 나는 늘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 그 아이는 그저 궁금했을 뿐이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가 본 적 없는 것 앞에서 멈칫하니까. 문제는 그걸 나 자신이 스스로 어떻게 받아들이느냐다. 그리고, 나는 지금도 받아들이는 법을 배우고 있는 중이다.


나는 초등교사지만 리코더조차 제대로 불지 못한다. 장애가 부끄러워 아이들 앞에서 단소 시범조차 보여주지 못하는, 스스로도 못마땅한 선생이다. 하지만, 지도를 못하는 건 아니다. 오히려 지도는 더 잘할 수 있다는 확신이 있다. 초등학교에서 학기말이 되면 학년별로 ‘꿈끼자랑발표회’와 같은 일종의 학예회를 하게 된다. 끼가 넘치는 아이들은 춤이나 노래, 악기 연주 등의 개별 발표를 하고, 반 전체가 함께하는 리코더 공연도 종종 포함된다. 교감, 교장 같은 관리자들이 와서 직접 공연을 지켜보기도 한다.

나는 내가 스스로 리코더를 불지는 못해도, 아이들을 지도할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임했다. 운지법을 하나하나 정확하게 익히고, 아이들을 일대일로 성심성의껏 지도한다. 잘 되지 않는 부분은 반복 연습을 시키고, 잘하는 아이들에게 또래 지도를 맡기기도 한다. 교사의 직접 시범 없이도 아이들은 점점 익숙해지고, 결국 꽤 멋지게 리코더를 연주하게 된다.


교대생 시절엔 자주 자괴감에 빠졌었다. 리코더도 못 불고, 피아노도 엉성했다. 장애가 있는 내가 과연 아이들을 가르쳐도 되는가 하는 생각이 문득문득 들었다. 하지만 지금은 안다. 그럼에도 나는 충분히 가르칠 수 있다는 걸. 나도 잘할 수 있다.


내 생애 첫 월급은 2021년 3월 17일, 교직에 들어선 지 정확히 보름 만에 입금됐다. 세후 실수령액은 2,143,870원. 당시 나는 9호봉이었다. 초등교사는 임용과 동시에 9호봉에서 시작한다. ‘호봉’이라는 단어가 어쩐지 낡고 투박하게 들리지만, 여전히 우리나라 공무원 월급 체계에서는 중요한 기준이 된다. 매년 3월이 되면 호봉이 하나씩 올라간다. 연차가 쌓여 호봉이 오른다는 말은, 월급이 조금씩 오르는 걸 의미하기도 한다. 월급이 오른다고 해서 살림살이가 크게 넉넉해지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매달 조금씩이라도 더 나아진다는 건 큰 위로가 된다.


그리고 교직 경력 3년을 채우면, 1급 정교사 연수를 받을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진다. 교육대학교를 졸업하면 자동으로 2급 정교사 자격증이 주어진다. 1급 정교사는 말하자면 현직에서의 경력을 인정받은 교사에게 부여되는 자격인 셈이다. 연수를 마치고 나면 1급 정교사 자격과 함께 호봉도 한 단계 올라간다.

공무원은 ‘가늘고 길게 가는 직업’이라고들 한다. 돈을 크게 벌 수는 없지만, 정해진 길을 성실히 따라가다 보면 최소한 살아가는 데 필요한 것은 보장된다는 뜻이다. 때론 답답하고, 더딘 길이지만—나는 지금, 그 길을 한 걸음씩 밟아가고 있다. 크게 벌지는 못하지만, 꾸준히 쌓아가는 삶. 그렇게 근근이 살아가고 있다.


첫 월급을 받으니, 돈을 쓸 때마다 손이 벌벌 떨렸다. 부모님 돈으로 생활할 때는 느껴본 적이 없는 감정이었다. 그렇다. 나는 생각보다 엄청난 짠돌이였던 것이다. 학교와 집만 오가며 월급의 대부분을 저축했다. 먼저 저축하고, 남는 돈으로 생활했다. 많이 모으는 달에는 월급의 80% 가까이를 저축하기도 했다. 본가에 살며 대중교통으로 출퇴근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당시 유행하던 비트코인 투자도 해보았다. 결과는 처참했다. 원금의 90%를 잃었다. 어이없게도 한 종목에 몰빵하는 병크를 저질렀는데, 분산 투자라는 기본 룰을 크게 어겨버린 것이다. 이미 여러 책에서 수없이 읽었던 내용인데도, 그렇게 어이없는 실수를 저질러버렸다. 무엇이든지 왕창 깨지고 나서야 제대로 깨닫는 법이다. 그 실패 이후 나는 판단을 바꿨다. 코인은 변동성이 심하다는 결론을 내리고, 주식으로 방향을 돌렸다. 주식 초보에게 가장 적합한 건 ETF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ETF는 단일 종목으로 여러 기업에 분산 투자할 수 있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무엇보다 장기적으로는 우상향한다는 점에서, 장기 투자에 유리했다. 워런 버핏도 복리의 마법으로 세계 최고의 부자가 되지 않았는가? 나도 그때부터 매일 ETF를 적립식으로 매수하기 시작했다. 조금 오른다고 들떠서 매수 타이밍을 재는 일은 없었다. 최소 10년 이상을 내다보는 장기 프로젝트. 커피 한 잔 값을 아껴 지금도 매일 꾸준히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그렇게 묵묵히 몇 년을 모은 끝에, 교사가 된 지 4년 차에 자산 1억을 만들었다. 남들은 대단하다고 했다. 하지만 나는 그 돈으로 차를 사고 싶지도, 독립하고 싶지도 않았다. 그저 통장에 찍힌 1억이라는 숫자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했다. 그러던 중, 고등학교 시절부터 친하게 지낸 친구 하나가 아파트를 샀다는 소식을 전해왔다. 구축이지만 입지가 좋은 20평대 아파트였다. 어떻게 샀냐고 묻자, 전세를 끼고 8천만 원만 투자해 매수했다고 했다. 갭투자라는 단어를 그때 처음 들었다. 나도 1억이 있으니, 해볼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친구 따라 강남 간다’는 심정으로 부동산 공부를 시작했다. 각종 부동산 서적을 읽고, 유튜브 강의도 챙겨 보며 집을 매매할 때 어떤 점을 고려해야 하는지, 무엇을 조심해야 하는지 하나씩 배워나갔다.


부동산 어플을 매일 뒤지며, 살고 싶은 동네를 고민했다. 주말엔 키우는 강아지와 함께 주변 동네 아파트들을 임장 다녔다. 부동산 투자를 할 땐 다음과 같은 요소를 고려하라고 배웠다. 첫째, 전고점이 높아야 한다. 당시엔 집값이 많이 빠진 후 다시 반등하는 시기였기 때문에, 전고점이 높은 집일수록 그 시세를 회복할 가능성이 크다. 둘째, 입지를 고려해야 한다. 역세권인지, 학군이 괜찮은지, 근린생활시설이 잘 마련되어 있는지, 대단지 아파트인지 등을 종합적으로 따져야 한다. 셋째, 직접 임장을 가봐야 한다. 실제로 발품을 팔며 다녀보면, 동네 곳곳에 단점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넷째, 어쨌든 그 동네가 자기 마음에 쏙 들어야 한다. 내가 살고 싶은 동네는, 남들도 살고 싶기 마련이다. 그렇게 내 자금 1억으로 들어갈 수 있는 매물을 살펴보다가, 내 마음에 쏙 드는 아파트를 발견했다. 이 동네에 도착하자마자 든 생각은 ‘평화롭고 살기 좋겠다’는 것이었다. 아파트도 대단지였고, 도보 5분 거리에 초·중·고가 모두 있어 학군도 우수했다. 지하철 역도 도보 10분 거리. 나중에 이곳에서 살면 정말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그날 바로 계약서에 사인했다.


계약금은 보통 매매가의 10%를 지불한다. 나는 전세를 안고 아파트를 매매하는 갭투자의 형식이었고, 갭은 8천만 원이었다. 계약금 3,300만 원을 지불하고, 잔금 처리는 한 달 후로 정했다. 잔금날엔 중개사와 함께 계약을 마무리하고, 법무사 사무실 직원이 현장에 나왔다. 보통 매매 후 등기는 법무사에게 위임해 처리한다. 잔금을 처리할 때 주의할 점은 다음과 같다. 이체 한도를 풀어놔야 하고, 복비, 취득세, 법무사 비용 등을 고려해 부대비용을 넉넉히 잡아야 한다. 나의 경우 약 6백만 원 정도가 더 필요했다.


등기가 접수되면 등기우편이 날아온다. 등기우편 속에는 우리가 흔히 집문서라고 부르는 등기권리증이 들어 있다. 내 집 마련의 기쁨이란! 손에 쥔 건 얇은 종이 한 장이었지만, 그 안엔 내 지난 4년의 무게가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내 집 마련이란, 결국 ‘살기 위한 집’이 아니라 ‘행복하게 살고 싶은 나’를 조금씩 찾아가는 과정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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