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토다케 히로타다와 닉 부이치치
책장을 정리하다 보면 늘 눈에 띄는 책이 있었다. 《오체불만족》. 노란색 표지에 빼곡한 글씨. 그 안에는 팔다리가 없는 한 남자의 이야기가 담겨 있었다. 나는 학창 시절 그 책을 들춰보곤 했다. 중증 장애를 가지고도 또래와 어울리고, 농구도 하며 유쾌하게 살아가는 이야기가 재미있었다.
그때의 나는 오토다케가 그런 몸으로 교단에 설 수 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내가 교대에 진학하고, 아이들 앞에 서게 되었을 때 깨달았다. 그의 교사 경험이 내 무의식에 남긴 흔적을. ‘장애가 있는 나도 할 수 있지 않을까.’ 그 한 줄기 마음이 자라, 어느새 나도 교사가 되어 있었다. 그는 어쩌면 내게 보이지 않는 길잡이였는지도 모른다.
물론 나중에 그의 불륜 사건을 접했을 땐 실망감이 컸다. 많은 사람들이 그에게 등을 돌렸다. 잘못은 분명 비판받아야 했지만, 그가 세상에 남긴 메시지까지 함께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그의 이야기는 여전히 내 안에서 용기의 기록으로 남아 있었다.
닉 부이치치를 처음 본 건 텔레비전 속 무대였다. SBS 《힐링캠프》. 짧은 발 하나만 가진 작은 체구로 무대 위에 선 그는 일부러 몸을 쓰러뜨렸다. 그리고 천천히, 아주 힘겹게 다시 일어났다. 숨을 몰아쉬며 관객을 바라보던 그의 말은 지금도 잊히지 않는다.
“내가 할 수 있다면, 당신도 할 수 있다. 당신에게는 내가 가지지 못한 것들이 있지 않은가?”
그 순간, 숨이 막히듯 얼어붙었다. 그 말은 단순한 수사가 아니었다. 그는 자신의 몸으로, 그 말을 증명하고 있었다. 그 장면은 지금까지도 내 가슴에 깊이 각인돼 있다. 닉은 한국 청소년의 높은 자살율을 언급하며, 안타까움을 전했다.
"포기하지 말라. 다시 일어서라."
그의 말은 목사로서의 설교를 넘어, 같은 인간으로서 내뱉는 절규였다. 문득 내 어린 시절이 떠올랐다. 위축된 모습, 스스로를 부정하던 표정. 그게 곧 나였다. 하지만 나는 다시 일어나 또 하루를 시작했다.
돌아보면, 《삼체대만족》을 써 내려온 내 삶은 늘 넘어짐과 일어섬의 반복이었다. 유년기의 상처, 대입에서의 방황, 교실에서 마주한 무게까지. 오토다케는 "너도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심어주었고, 닉은 "넘어져도 다시 일어설 수 있다"는 용기를 보여주었다. 그 두 메시지가 만나, 지금의 나는 부끄러운 이야기를 세상 밖에 내놓는다.
이제 나는 나 자신에게 묻는다.
나는 무엇을 가지고 있는가? 그리고 그것으로 무엇을 할 수 있는가?
그리고 그 질문을, 이 글을 읽는 당신에게도 건네고 싶다.
당신은 무엇을 가지고 있는가? 그리고 그것으로 무엇을 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