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게 마음을 여는 나
오늘의 필사
"비밀을 하나 가르쳐 줄게. 아주 간단해.
오직 마음으로 보아야 잘 보인다는 거야.
가장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아."
앙투안드 생텍쥐베리 소설 <어린 왕자>
나는 사람을 쉽게 믿는 편이다. 처음 만난 사람이라도 겉보기에 낯설지 않으면 금방 마음을 연다. 상대가 나에게 잘해주면 더욱 깊숙이 빠져든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내가 기대했던 모습과 다른 얼굴이 보일 때가 있다. 그럴 때 실망하고 후회한다. 결국 그것은 상대를 있는 그대로 보지 않고, 내가 정한 기준과 기대 속에서만 바라보았기 때문일 것이다.
큰 딸은 늘 내게 말했다. "엄마는 처음 만난 사람을 너무 믿는다. 그러다 실망하고 후회하잖아. 처음부터 너무 달아오르지 마."어쩌면 딸의 말은 '사람을 마음으로만 보지 말라'는 의미였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그렇게 잘 살지 못했다.
약 30년 전, 나는 시집살이를 하며 바깥세상을 경험할 수 있는 유일한 창구로 웅진출판사의 외판원이 되었다. 사무실에서는 종종 회식이 있었고, 그날도 초가을의 쌀쌀한 날씨였다. 나는 따뜻한 옷을 입고, 남편이 생일 선물로 사준 베이지색 바바리코트를 걸치고 나갔다.
그날, 함께 일하던 한 여직원이 얇은 하얀색 블라우스만 입고 있는 걸 보았다. 성실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던 그녀가 추워 보였다. 나는 속에 든든한 옷을 입고 있었기에, 망설임 없이 내 코트를 벗어주었다. 하지만 그 이후, 그녀는 사무실에 나오지 않았다. 들리는 말로는 중국으로 공부하러 갔다는 말이 들렸다. 선의로 베푼 일이었지만, 돌아온 것은 허망함이었다.
남편이 정성껏 골라준 생일 선물, 바바리코트는 그렇게 사라졌다. 하지만 생각해 보면, 남편은 내게 선물도 해주는 사람이었다는 걸 새삼 깨닫는다.
살면서 이런 일들은 많았다. 때로는 선의가 부메랑이 되어 돌아오고, 때로는 기대가 실망으로 바뀌었다. 그럼에도 나는 여전히 쉽게 마음을 주고, 쉽게 상처받는다. 어쩌면 어리석은 사람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내 곁에는 진심을 나눌 수 있는 친구들이 있다. 기쁠 때 함께 웃어주고, 슬플 때 함께 울어주는 친구들. 그들과 함께하는 시간 속에서 나는 또 배운다.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우리는 종종 겉으로 보이는 돈, 명예, 외모에 집착하곤 한다, 진정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그것은 진심, 사랑, 우정, 감동과 같은 것들인데 말이다. 진정한 친구란 화려한 선물을 주는 사람이 아니라, 기쁠 때 함께 웃어주고, 슬플 때 곁에서 울어줄 수 있는 사람 아닐까. "오직 마음으로 보아야 잘 보인다. 가장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아."
이 말이 나를 돌아보게 하는 오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