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나의 이야기
"일찍이 나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마른 빵에 핀 곰팡이
벽에다 누고 또 눈 지린 오줌 자국
아직도 구더기에 뒤덮인 천년 전에 죽은 시체
아무 부모도 나를 키워주지 않았다
쥐구멍에서 잠들고 벼룩의 간을 내먹고
아무 데서나 하염없이 죽어가면서
일찍이 나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떨어지는 유성처럼 우리가
잠시 스쳐갈 때 그러므로
나를 안다고 말하지 말라
나는 너를 모른다 나는 너를 모른다
너 당신 그대, 행복
너, 당신, 그대, 사랑"
최승자의 시 「일찍이 나는」
시의 첫 구절부터 마음이 먹먹해졌다. ‘일찍이’라는 단어가 내 안에서 울림을 주었다. 나는 어쩌면 아주 오래전부터 삶의 무게를 견뎌온 사람이 아니었을까?
장사를 하다 보면 예상치 못한 일이 종종 벌어진다. 어느 날 오후 3시, 브레이크 타임을 맞아 직원들과 식사를 하고 있는 순간, 여성 두 분이 오시며 위생과에서 나왔단다. 제보가 들어왔다고"위생이 엉망이고 쥐가 다니는 것을 보았다"는 말을 듣는 순간, 온몸에서 피가 빠져나가는 것 같았다. 나는 백지장이 되어 버렸다.
이건 모함이에요. 모함이에요. 소리만 연발하며 이곳저곳 뒤지는 직원들 뒤를 따라다니며 죄인이 되어 지적을 듣는다. 전쟁 치루듯 장사를 하고 직원들 식사를 하고 다음 준비를 하게 된다.. 털어서 먼지 안나는 법은 없지 않은가... 하여튼 크게 문제 될 것은 없이 잘 지나갔다.
나는 내 가게를 누구보다 깨끗이 유지하려고 노력했다. 세스코 관리도 많은 상가 중에 우리만 하고 있다. 손님들도 인정하는 정직하고 깨끗한 가게라고 자부하고 있었다. 그런데 누군가 민원을 넣었다는 말은 믿을 수가 없었다. 다행히 큰 문제없이 넘어갔지만, 내 정신은 제자리로 돌아오지 못했다.
누군가 창 너머에서 나를 지켜보는 것 같은 불안한 느낌, 스치듯 들리는 소문, "누구누구가 신고한 것 같아"라는 말. 전하는 사람도 믿을 수 없고 사람들과의 관계가 무서워졌다.
이날의 사건이 내게만 일어난 일은 아닐 것이다. 장사를 하다 보면 누구에게나 닥칠 수 있는 문제다. 하지만 나는 오래전부터 ‘불안’을 안고 살아왔다.
시집살이하면서 시어머니의 불화 같은 폭력성, 불뚝 대는 남편 사이에서 나는 늘 긴장 속에 있었다. 내 안에 뿌리 깊은 불안이 자리 잡고 있었다. 예전엔 그 증세가 치료할 수 없는 화병이라 알고 있었는데 내가 겪었던 증세는 공황장애였단 것이다. 그러니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지면 숨을 쉬기가 힘들고 침을 삼키기도 힘들었다, 나는 쉽게 무너졌다. 모든 걸 내려놓고 어딘가로 숨어버리고 싶은 충동.
그날 이후, 정신과 약을 일주일간 먹었지만 해결되지 않았다. 결국 심리치료를 시작했다. 나는 내 안의 불안을 마주해야 했다.심담치료를 받고 있던 중에 유방암 진단을 받았다. 치료의 과정을 거치며 나는 강해졌다. 내 안의 상처받은 나를 위로하는 계기가 되었다.어느 순간 나는 단단해졌다
이제는 어떤 일이 닥쳐도 멘탈을 잘 잡아가려고 한다. 물론 완전히 괜찮아진 것은 아니다. 하지만 나는 예전과는 많이 달라졌다.
최승자의 시 「일찍이 나는」은 나에게 다시금 깨달음을 주었다. 나는 아주 오래전부터 불안을 견뎌왔던 사람이다. 삶은 여전히 예측할 수 없고, 불안은 언제든 다시 찾아올 수 있다. 그러나 나는 그것을 감당할 힘을 조금씩 길러가고 있다.
매일 아침 필사를 하고 글을 쓰고 있다.
이 시간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