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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누구나 사랑받을 자격이 있다

나도 꽃이었음을,

by 은빛지원




김춘수 시 <꽃>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香氣)에 알맞은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의미가 되고 싶다."


오늘의 필사

사람은 누구나 사랑받을 자격이 있고 나또한 꽃으로 인정 받고 싶었던 존재였다.

어릴 적 나는 호기심이 많아 어른들이 하는 일들을 몰래 따라 하다 자주 망가뜨리곤 했다."네 손에 가면 멀쩡한 게 없다." 어른들에게 그런말을 자주 듣곤 했다".

칭찬을 받고 싶었던 마음은 늘 꾸지람으로 돌아왔다. 조신하지 못한 계집아이는 선머슴 같다는 말도 자주 들었다 .관심받고 싶었지만 표현하는 방법을 몰랐던 나는 엄마와 자주 부딪쳤다.젊은 나이에 혼자가 된 엄마에게, 6남매 중 둘째로 태어난 나는 참으로 다루기 힘든 아이였을 것이다. 그 사실을 어른이 되어서야 비로소 깨달았다.


내 안의 우당탕당 활발하고 장난스런 성격은 결혼과 동시에 온데 간데 없이 사라졌다.

시집살이를 하면서 가족들에게 거의 칭찬을 받아본 적이 없다. 나름 요리면 요리 타고난 손재주도 시어머니 눈에는 고운 모습으로 보이지 않았다.자존감이 바닥을 쳤다. 주눅이 들었고, 점점 말수가 줄어들었다.그렇게 나는 말하는 법도, 웃는 법도 잊어갔다.


어쩌다 사람들 속에 있다보면 밝게 웃으며 어울어지지만 슬며시 찾아오는 가슴 깊은곳에서 슬픔은 내 호흡을 힘들게했다.사람이 싫었다. 나는 언젠가 죽어버릴지 모를, 시들고 말라비틀어진 꽃이되어 30대를 보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나도 누군가에게 꽃으로 불려본 적이 있었을 것이다.어릴땐 우당탕탕 선머슴아였고 , 결혼후엔 집 안에서는 나의 존재, 숨소리조차 내기 힘들었던 시절이었다.

그렇게 나는 관심 조차 받지 못하는 아니 관심이 두려웠던 꽃이었다.


그러나 밖으로 나와 사람들과 소통하면서, 나는 나의 존재를 알아가기 시작했다.

아이들이 학교에 들어가면서 누구의 엄마라는 존재가 조금씩 나에게 기운을 불어 넣어 주었다.

사람대하는 것도 힘들었던 나는 조금씩 달라지고 있었다.

하지만 순간순간, 억눌렸던 기억과 시집살이의 트라우마는 깊숙한 곳에서 슬픔의 그림자로 올라왔다.


이 또한 세월과 함께 나는 좋은 사람들과 만나고 소통하며 내 존재를 확인했다.

집 안이 아닌 바깥세상에서, 사람들은 나를 인정해 주었다.나또한 내 스스로 내안의 숨죽은 나에게 "너 나름 괜찮은 사람이야. 기죽지 마."내가 나에게 전하는 나의 위로하고 따듯한 말을 나를 긍정의 마인드로 변화시켰다,


말라비틀어진 꽃에서 생명의 꽃이 피어난다.나의 꽃잎이 다시 피어나기 시작했다.새순이 돋고, 꽃망울이 맺혔다.

새순은 더 단단한 꽃이 되어 다시 피어난다.

나도 인정받는 꽃이었다.

늦은 나이에 꽃이 피었다.


김춘수의 「꽃」은 단순히 이름을 불러주는 것에 대한 시가 아니다.

시에서 존재의 의미가 타인을 통해 완성될 수도 있다는 메시지를 알게된다.


나도 누군가의 꽃이고 싶었다.

사람들의 따뜻한 말 한마디, 작은 칭찬 하나가 나를 다시 살아나게 했다.

이제야 나는 온전히 나를 받아들인다.

나도 꽃이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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