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사람을 가까이에 <괴테>
오늘의 필사
사랑하는 사람을 가까이에서 <요한 볼프강폰괴테>
해가 눈부시게 바다를 비출 때
나는 너를 생각한다
달빛이 반짝이며 샘을 물들일 때
나는 너를 생각한다
저 머나먼 길에 먼지가 날릴 때
나는 너를 본다
깊은 밤 작은 길을 나그네가 지날 때
나는 너를 본다
깊은 밤중 멀리서 파도 소리 울릴 때
나는 너의 목소리를 듣는다
고요한 숲 속 침묵의 경계를 거닐며
나는 귀를 기울인다
나는 너의 곁에 있다
멀리 떨어졌어도
너는 가까이에 있으니
해가 져도 곧 별이 반짝이겠지
여기 네가 있다면
나는 시를 잘 읽지 않았다.
그렇다고 책을 많이 읽지도 않았다.
책을 읽고 글을 쓰기 시작한 것은 환갑의 나이에 어느 날, 암이라는 불청객이 찾아오면서였다. 치료와 휴식의 시간을 보내며 나를 일으켜 세우기 위해 자기 계발서를 읽고, 디지털 공부를 하며 나 자신을 성장시켰다. 그렇게 조금씩 글을 쓰기 시작했다.
오늘은 "더 나은 어휘를 위한 필사책" 48쪽의 필사글이다.
괴테의 시 "사랑하는 사람을 가까이"
"바다 위로 눈부신 태양이 반짝일 때,
달빛이 샘물 위에서 흔들릴 때, 자연에게서 사랑하는 사람을 떠올리게 한다.
사랑하는 사람이 곁에 없을 때, 우리는 그를 어떻게 기억할까?
사진을 들여다보거나, 오래된 편지를 꺼내 읽으며 추억을 곱씹기도 한다.
괴테는 자연 속에서 사랑하는 이를 찾는다.
바람, 물, 소리, 침묵, 모든 순간이 그를 떠올리는 매개가 된다.
그리움은 눈에 보이지 않는 형태로 우리 곁을 맴돈다.
이 시를 읽으며 문득 어린 시절, 엄마와의 추억이 떠올랐다.
따뜻한 봄날, 엄마와 함께 개울가로 빨래를 하러 갔다.
나는 가벼운 광주리를 머리에 이고 논길을 따라 걸었다. 들꽃이 가득 피어 있는 길가를 지나, 청미천의 맑은 개울가에 도착하면 엄마와 나란히 앉아 빨래를 했다. 빨래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 물을 머금어 무거워진 광주리를 들고 실랑이를 벌이던 순간. 엄마가 먼저 머리에 이고 한 손은 내 광주리를 들어 올려 얹어 주어야 한다. 한 번에 올리지 못하면 그때부터는 웃음보가 터져서 몇 번을 시도하다 모래 바닥에 패대기치기도 한다,
진정하고 다시 빨래를 헹구고 어찌어찌 빨래 광주리는 머리에 올려져있고, 들길을 따라 집으로 돌아와 빨랫줄에 널어준다, 이제는 엄마가 곁에 없지만, 나는 여전히 개울가에서 빨래를 하던 그날의 기억을 종종 떠올린다.솔솔 흐르는 개울가, 바람결에 흔들리던 버들강아지, 그리고 엄마의 웃음소리까지.
그 모든 기억들이 내 마음속 추억의 책갈피 속에 담겨있다
괴테의 시가 말하는 것은 단순한 연인의 사랑이 아닐지도 모른다.
사랑하는 사람을 가까이에서 느끼는 방식,
우리는 늘 누군가를 그리워 하며 살아간다.
부모님이든, 친구든, 혹은 사랑하는 사람, 또는 과거의 나 자신까지.
시간이 지나고 공간이 멀어져도, 우리가 기억하는 한 그들은 여전히 우리 곁에 있다.
내 엄마의 추억, 할아버지 , 할머니 , 친구들과의 추억까지,
사람들은 흔히 아무리 친해도 적당히 거리를 두고 살아야 한다고 한다.
"멀리 있어야 그리운 법"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괴테는 멀어졌기에 더욱 가까워지는 것.
물리적 거리가 중요하지 않은 사랑.
바람 소리 속에서, 별빛 아래에서, 혹은 조용한 골목길을 걸을 때 문득 떠오르는 그 얼굴.
그것이 바로 우리가 사랑을 기억하는 방식으로 표현하는거 같다.
겨울의 끝자락, 아직은 쌀쌀한 바람이 분다. 이른 아침 창문을 활짝 열어보았다.
바람 속에서도 어쩐지 봄의 기운이 느껴진다.
바람 한 점에도, 우리는 사랑하는 사람들을 품고 살아가는 건 아닐는지..
멀리 있어도, 우리 곁에 있다고.
어쩌면, 나는 지금도 그들과 함께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번 주에 막내아들이 학교 앞으로 분가를 한다.
오늘 아침 가정을 위한 기도
아이들 각자가 하고 싶은 일 마음껏 펼치고 살아가길 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