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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라늄이 피기까지

내가 가꾼 제라늄

by 메리골드

제라늄을 사랑하기 시작했다.그래서 키워 보았다. 무언가를 기르고 키우는 일은 소박하지만 키우다 보면

나도 모르는 매력에 빠진다. 식물은 매력적이다. 늘 관찰하게 만들고 기록하게 만드는 매력이 있다.

매일 식물에 물을 주고 자라는 과정을 지켜보게 되면 어느새 식물의 일면을 여러 가지 각도에서 잘 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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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날은 제라늄이 상당히 잘 자라는 날도 있었고 또 어떤 날은 시들시들해 저버리는 날도 있었다. 그 둘의 차이는 별게 없다. 딱 한마디로 말하면 사랑의 넘침과 모자람이다. 인간이나 식물이나 적당한 관계 형성이 필요함을 느낀다.


물이 말랐을 때 꽃에 물을 주어야 하는데 지나치게 보살피다 보면 식물은 잎부터 줄기까지 차례로 물관이 막혀 내 눈에서 즉시 사라지는 것을 본다.


제라늄이 들려준 이야기

난 요즘 제라늄을 분양 중이다. 내가 가진 제라늄은 연분홍이다. 난 아파트 꽃집 앞에서 여러 가지의 제라늄을 보았다. 어떤 것은 진분홍, 또 어떤 것은 진다홍, 또 어떤 것은 아주 연한 습자지 여러 개를 포개 놓은 듯한 연한 분홍, 연한 분홍에 가운데는 진한 주황색인 것 등 색이 아주 각양각색이었다.

난 그 많은 색 중 내가 지인으로부터 받은 연분홍 제라늄을 지금 약 10년째 키우는 중이다. 며칠전 난 진짜 이 제라늄의 원 주인을 만났다. 그분은 이 꽃을 친정어머니로부터 이 제라늄을 받았다고 했다. 그렇게 자신이 키우다 나한테 건너와 내가 키우게 되었다.

“언니! 아직도 울 집에서 그때 준 제라늄이 잘 크고 있어요.”

“아! 그래. 난 이사하면서 남편이 버려 버렸는데. 시들시들해서 버렸어.”

나한테 오는 식물은 죽는 일이 거의 없다. 왜냐면 난 식물을 아주 정성스럽게 가꾸기 때문이다. 뭐랄까? 아침에 눈뜨면 남편한테 잘 잤느냐고 인사는 안 해도 식물한테도 90도로 고개를 숙여 아주 자연스럽게 인사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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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라늄아! 안녕!”

“어젠 뭐 하고 놀았어?”

뭐 이런 자잘한 이야기를 말이다. 식물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살면서 식물하고 이런 런 이야기를 도란도란 나누다 보면 어느새 친구 사이가 된다. 그러니 제라늄이 일종의 반려 식물인 샘이다.

난 반려동물은 싫어해도 반려 식물은 좋아하는 성격이라 식물을 애지중지 키우는 편이다. 제라늄은 특성상 물을 좋아한다. 그리고 햇볕이 잘 드는 창가에 두면 아주 잘 큰다. 가끔은 키가 1미터가 넘는 때도 있다.

그러면 제라늄을 얼마나 키우면 키가 그렇게 크나요? 사실 제라늄 키가 큰 건 그리 좋은 현상은 아니다. 밖에서 키우면 작고 튼실하다. 그러나 베란다에서 키우면 늘 키가 큰 편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작고 아담한 제라늄을 좋아한다. 사람이나 식물이나 키가 크면 보기에 안 좋다. 그래서 난 제라늄을 분양할 때 꽃대가 올라 온 부분을 잘라 작은 사이즈로 만들어 꺾꽂이해 분양했다. 그러나 엄마는 남고 아이만 준 샘이다.

작년에 얼마나 더웠는지 아는가? 그 더위에 베란다에서 제라늄이 안 죽고 버티고 산 건 거의 기적이다. 그만큼 정성이 가야 식물이 살아남는다. 그런데 그 제라늄이 글쎄 올해 꽃을 아주 상당히 많이 피워 주었다. 여기도 분홍, 저기도 분홍, 온톤 베란다가 분홍분홍했다. 제라늄 연분홍 꽃 보는 재미가 아주 제법이었다. 그 제라늄을 혼자 보기가 아까워 난 그 원 주인인 내 지인에게 다시 분양해 주었다. 그날 우리는 제라늄을 생강과 부추로 바꿈했다.

“그냥 가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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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야, 키우느라 애썼어.”

그날 난 지인이 준 생강을 잘 씻어 잘게 썰어 말린 후 꿀과 섞어 생강청을 만들었다. 그리고 부추는 잘 씻어 오이랑 섞어 오이소박이를 해 먹었다. 제라늄이 준 선물이었다.

“마치 널 잘 키워 시집보내는 기분이야.”

“그런가?”

두 번째로 분양한 장소는 내 또래 아줌마였다. 그도 역시 제라늄을 좋아했다. 그 일이 있은 지 얼마 안 되어 난 다시 제라늄 2차 분양을 했다. 그날도 꺽꽂이를 마치고 물을 주어 베란다에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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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양을 마치고 나니 마치 제라늄이 새각시같이 보였다. 집을 옮기니 제라늄이 더 고왔다. 마치 곱게 단장한 모습이 연분홍 옷에 초록 치마를 입은 듯 고왔다.


작년엔 이 제라늄을 그림으로도 그려 보았다. 얼마나 곱던지. 그대로 넘어가기가 힘들었다. 그래서 도화지에 꽃을 그려 보았다.



제라늄을 시집 보내고 난 후 지인에게서 카톡이 왔다.

"제라늄이 꽃이 피었어요."

"향도 나요."

꽃과 향이 나는 제라늄을 받은 지인은 너무가 기뻐했다. 나의 제라늄은 이제 새로운 삶을 시작하고 있다. 나의 돌봄을 떠나 그녀의 돌봄의 자리에 있는 것이다. 사랑하는 제라늄의 또 다른 생활이 펼쳐졌다. 얼마나 좋은 일인가?


역시나 제라늄은 화사했다. 실물도 좋았고 그림도 멋졌다. 그렇게 제라늄은 분양도 하고 그림으로도 자신을 알렸다. 저녁 시간이 되었다. 남편이 들어왔다. 현관 앞에 제라늄 커다란 화분을 내놓았다.

“어! 이거 뭐야?”

“어! 그거 당신 선물.”

난 꽃이 너무 예뻐서 남편이 퇴근하고 돌아오면 보라고 아주 현관 앞에 모셔다 놓았다. 그랬더니 남편이 제법 잘 키웠다며 예쁘다 했다. 내가 키운 제라늄꽃을 본 사람들은 저마다 다 벙글벙글 웃었다.

난 그 일로 꽃 키워서 웃고 분양해서 더 기분이 좋았다. 이래저래 제라늄을 키우니 넘 좋았다. 어떤 날은 내 제라늄 사진을 sns에 올려놓았더니 어떻게 하면 그리 잘 키우느냐고 물어보기도 했다.

사실 난 바나나 껍질을 이용해서 비료를 주었다. 난 바나나를 좋아한다. 먹고 난 바나나 껍질을 난 모아 물에 하루 정도 담가 놓는다. 그 비료를 식물에 뿌려 주면 꽃이 아주 방실방실 피어난다. 이런 방법으로 식물을 키우니 식물이 잘 자랐다.

봄이 점점 가고 있다. 나도 저 제라늄 연분홍 꽃처럼 늘 예쁜 모습으로 웃으며 살아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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