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중 카메라 태엽을 멈추지 않는 기록의 참상
내가 읽은 조해진 작가님 장편소설을 소개한다. 작가님은 [천사들의 도시] [목요일에 만나요] [빛의 호위]
[아무도 보지 못한 숲] [여름을 지나가다] 등 많은 글을 썼다. 그리고 신도엽문학상, 젊은 작가상, 무영문학상 등 다수의 상도 수상했다.
이 소설의 첫 페이지는 이렇게 시작한다. 2022년 11월 25일. 이날 눈이 내리고 있었다. 처음으로 등장하는 인물의 이름은 권은과 승준.
승준은 DSLR 카메라를 가지고 사진을 찍으며 권 은을 인터뷰했다.
승준은 마흔두 살의 나이에 한 아이의 아빠가 되었단다.
2022년 11월 26일로 넘어간다. 애나는 왼쪽 다리 절반을 잃은 이후 더 이상 분쟁 지역을 활보하며 사진을 찍을 수 없었다. 그 사진에는 폭격기와 폭탄, 총소리, 앰뷸런스라는 말이 나오면서 갑자기 글의 긴장도가 생겼다.
이 글에는 여러 장의 기록들이 마치 영화처럼 사진과 기록으로 남아있다. 많은 기록과 사진을 찍는 피디와 기자들 그리고 구호단체 소속의 활동가들의 기록을 통해 글은 지구촌 곳곳의 전쟁의 심각함을 예보했다. 게리 앤더슨의 십 주기 추모 전시라는 게리가 분쟁 지역에서 찍은 사진이라는 말, 그리고 그가 사진에 대해 남긴 메모들을 보자 마음이 더 복잡해졌다.
게리는 전쟁의 참혹함을 알리려다 그만 젊은 나이에 죽은 사진작가였다. 난 이 글의 게리 말고 또 다른 게리라는 사람의 인물을 알게 되었다. 그는 유대 그리스도교의 역사에서 죄 개념을 묘사한 [짐의 비유에서 빛의 비유로]라는 아담과 이브가 선악과 아래에서 무언가를 가리키는 모습을 표현했다. 그런데 그 나무에 엄청나게 큰 사악한 모습의 뱀이 나무를 감고 이브를 쳐다보고 있다.
그 모습의 그림을 보면서 글이 없지만 난 순간 그 그림을 통해 죄가 무엇인지를 알 수 있었다. 이 모습을 보니 죄란 바로 짐이었다. 죄란 바로 과녁을 벗어났다는 의미였다. 그러고 보니 인류의 역사는 죄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는 잉글랜드의 영화 프로듀서, 연출가, 작가이며 음성 예술가였다.
게리의 추모 전시회에 분쟁 지역에서 찍은 사진과 메모들, 그리고 애나와 친구들에게 보낸 편지와 답장 등이 전시되었다고 한다. 애나가 다리를 잃은 이유를 알고 보니 런던에서 지내다 폭격기가 숙소를 파괴해 지하로 대피하다 그만 다리에 화상을 입어 다리를 잘라내야 했다고 했다. 그 후 그녀는 시리아에서 부상당한 몸으로 돌아와 추가 수술을 받고 입원을 한 상태였다.
그 시리아라는 나라는 다 알다시피 내전이 일어나는 나라이며 터키, 레바논, 요르단과 인접해 있다. 40만 명이 넘는 시리아 국민들이 내전을 피해 북아프리카, 유럽으로 건너가는 실정이다. 그 장면의 사진을 찍기 위해 빛을 모으다 다리를 잃었다는 그녀.
그녀의 소지품 중 하나가 바로 카메라. 그 카메라를 통해 세상에 죄의 모습이 드러난 것이다. 그다음 나오는 인물이 우크라이나 여성 나스차. 그녀는 전쟁 전까지 법인 회사의 변호사로 일했고 약사인 남편과 함께 우크라이나의 동북쪽 도시인 하르키우 외곽에 거주하고 있다.
하르키우는 2022년 2월 24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이 개전 첫날부터 벌어진 무력 충돌이다. 하르키우는 우크라이나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로 러시아는 이 도시를 표적으로 전쟁을 일으켰다고 한다. 이 당시 그녀와 남편이 그 도시 외곽을 떠나지 못하는 이유가 있었다.
이유는 첫째 남편에게서 약을 구하려는 사람들이 아직 그곳에 많이 남아 있어서였고 둘째 자신은 임신 육 주 차에 접어들었다는 것이다. 그러니 얼마나 힘들었을까?
그리고 등장하는 아이가 있으니 그 이름은 지유. 승준의 아내 민영이 낳은 지유.
난 이 대사가 무척 가슴을 울렸다.
"어쨌든, 아는 아픈 마음 하나 없이 지유를 키우고 싶어."
이게 다 모든 부모의 마음일 것이다.
그리고 2022년 12월 7일이 다가온다. 살마와 나흘 뒤면 살마의 남편이 되는 딜런을 만가시 위해 런던대학교 근처의 서점에 들러 서가를 구경하겠다고 한다. 뉴욕에서 그는 게리 앤더슨의 [사람, 사람들]을 관람할 기회를 갖는다.
애나는 권은이 닮고 싶어 하고 가장 좋아하는 게리 앤더슨의 여동생이다. 권은이 게리의 죽음을 애도하며 작성한 기고문을 계기로 처음으로 연락을 주고받는다. 유엔난민기구에 소속된 국내 활동가들을 따랄 레스보스섬의 난민 캠프로 촬영을 갔던 2015년 여름, 그해 남민의 수가 급증했다.
난민들은 섬이 있어 이쪽 에게해 동쪽에 있는 그리스로 난민을 많이 오는 모양이다. 2015년엔 교황이 그리스 레스보스섬을 방문하여 난민 12명을 태어 바티칸으로 돌아왔다는 기사를 보았다.
이 글에서 전쟁의 참상에 비친 모습을 보면서 난 이 책이 마치 한국전쟁의 일부를 지금 눈앞에서 바로 사진 찍듯 보는 기분이 들었다. 내가 전에 읽은 태백산맥이나 거대한 초록 지붕, 대온실 수리 보고서 등처럼 전쟁의 참상은 우리에게 가장 잔인했고 처참했다.
승준이 권은 에게 건넨 카메라가 세상을 향해 빛으로 나아갔을 때 어떤 폭력에도 그 삶의 태엽이 멈추지 않기를 바란다고 했다. 북카페에서 만난 승준과 권은 대사에서 태엽이 멈추면 빛과 멜로디가 사라진다는 보고가 있었다. 그 권은은 분쟁지역 다큐멘터리 사진작가였다. 그녀의 또 다른 이름은 실버. 러우 전쟁에서 우크라이나 분쟁지역 여성의 인터뷰를 맡은 승준을 보니 아주 대단한 젊은이임을 알게 되었다. 이런 훌륭한 젊은이가 대한민국에 넘쳐 나길 바랐다.
그리고 살마의 히잡을 본 불명의 사람이 계단을 내려가는 살마의 다리를 넘어 뜨렸다는 보고에서 또 다른 인종차별을 느꼈다. 그리고 그녀가 일곱 살 남동생을 전쟁에서 잃은 일은 너무나 가슴 아팠다.
살마의 부상으로 권은이 옆에서 귀국을 멈추고 간호를 한 사건은 국적을 초월한 인류애가 있음을 알았다.
그리고 가장 가슴 아픈 사연은 임신한 나스차의 아이(디티아)가 전쟁을 피해 떠나는 난민의 어머니의 모태에서 자라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러니 얼마나 전쟁이 위급한 상황인지를 알 수 있었다.
이 기회를 통해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그리고 지구상의 그 어떤 전쟁이든지 우리가 막을 수만 있다면 막아야 함을 인식하게 되었다. 또한 분단 가운데 놓인 국가지만 늘 아무 일 없이 하루를 맞이하게 해 주신 하나님께 더없이 감사를 드렸다.
이 글은 한강 작가님도 추천한 글이라 읽어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