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처럼
일제 때 강제로 징용가
만주로 상해로 전쟁터를 돌다
광복군의 포로 되어 살아온
상록이네 증조할아버지
고인돌 바위에 번진 이끼처럼
감나무 밑동에 퍼진 곰팡이처럼
여든 다섯 주름진 볼에
거무칙칙한 무늬가 생겼다
어떤 비누로도 지워지지 않는
찌든 땟국처럼 얼룩진 무늬
할아버지가 고생하며 돌았던 땅을
고스란히 나타낸 그림이란다
강제로 끌려갔던 이국땅
두렵고 괴롭던 일을 새긴 지도란다
손에 새겨진 검버섯
언젠가 작은 소형차를 타고 운전을 약 6년 한 적이 있다. 차광막도 없고 햇볕 가리개도 없고 썬텐 방지도 안된 차량에 무방비로 노출된 그 시절에 손에 새겨딘 훈장.
어쩌면 그 흔적이 나의 고단한 시절의 이정표처럼 늘 그자리에 도돌이표를 찍어 이 시를 보다 적어 본다.
책 정리하다 몇년전 필사한 흔적을 보니 그때
이런 문장이 왜 거기 적혀있는지 90만원 들여 흔적
지우는 검버섯
그리고 지워도 지워지지 않은 전쟁의 흔적.
그걸 들여다 보며 가슴에 글 하나 지워본다.
검이 사라진
버섯만 남은 자국
그것도 새하얀 새송이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