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한소로

안녕, 나는 곰이에요. 호기심이 많은 동물이죠. 네 발로 걷기도 하고 두 발로 서기도 해요. 제 입으로 말하긴 좀 쑥스럽지만 좀 귀여운 편이에요. 여러분도 그렇게 생각하시죠?

우리 집은 숲 속의 작은 동굴이에요. 저만의 아늑한 공간이죠. 여기에 배를 깔고 누워있으면 따뜻하고 편안해서 참 좋아요. 물론 배를 까고 드러누워있는 것도 좋고요.

전 집을 깨끗하게 유지하는 걸 좋아해요. 하지만 가끔 다른 동물이 잘못 들어올 때가 있어요. 흙발로요! 그러면 저는 너무 화가 나서 큰 소리를 지르며 쫓아가 그 녀석들을 쫓아내 버려요! 가끔 배가 고플 때는 집 밖으로 쫓아낸 후에 잡아먹어버리기도 하죠.

불쌍하다고요? 천만에요! 그들은 침입자예요! 전 제 냄새를 이곳저곳에 묻혀둔다고요. 제가 있다는 걸 알리기 위해서요. 그걸 무시하고 제 집까지 들어오다니, 다분히 고의적이죠! 그들은 벌을 받아 마땅해요! 게다가 제가 배고픈 시간에 찾아오다니, 이게 식사 권유가 아니면 뭐겠어요? 전 초대받은 자로서 해야 할 일을 한 것뿐이에요.

네? 그들을 왜 밖으로 쫓아낸 후에 먹어치우냐고요? 말했잖아요, 전 집이 깨끗한 걸 좋아해요. 참, 놓칠 걱정은 마세요. 제가 마음먹고 달리면 말만큼이나 빨리 달릴 수 있으니까요!

제가 좋아하는 먹이는 다양해요. 나무 열매도 아주 좋아하고, 생선도 좋아하죠. 벌꿀이라면 환장해요. 가끔 발견하면 벌집에 앞발을 쑥 집어넣어요. 그러면 달콤한 꿀이 가득 묻어 나온답니다. 아주 별미예요. 귀찮은 벌들이 왱왱대면서 쏘아대지만 제 두꺼운 가죽을 뚫을 수는 없어요.

하지만 최근에 더욱 좋아하게 된 것이 있는데요, 바로 이 숲에는 살지 않는 동물이에요. 그것들은 가끔 무리 지어 숲에 들어와요. 저는 좀 멀리 떨어진 곳에서 그것들을 관찰할 때가 많아요. 하지만 그중 몇 개체가 돌아다니다가 무리와 따로 떨어져 나오면 몰래 뒤로 다가가죠. 날카로운 이빨도, 발톱도, 날랜 다리도 없는 그것들을 잡는 건 벌꿀 먹기보다도 더 쉬워요!

하지만 조심해야 해요. 그것들은 가끔 천지를 뒤흔드는 소리를 내요. 커다란 나무가 쓰러질 때보다도 더 크고, 멀리서 울리는 우레 소리보다도 더 큰 소리죠!

우리 엄마는 그 소리가 난 뒤에 쓰러지셨어요. 그때 저는 너무 슬펐지만 힘없는 아기라 아무것도 못하고 숨어있기만 했어요. 불쌍한 우리 엄마……. 엄마를 저를 구하기 위해 그것들과 맞서 싸우신 거예요. 그것들은 우리 엄마를 데려가 버렸어요. 저는 그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눈물이 나요.

처음에는 그래서 그것들을 발견하면 몰래 다가가 죽이곤 했죠. 그런데 어느 날은 배가 고프더라고요? 먹어보니 아주 별미였어요. 지금은 그냥 맛있어서 잡아먹어요. 전 동물이 아직 살아있을 때 내장부터 먹는 걸 제일 좋아한답니다. 먹을 게 아주 많은 동물이에요. 천둥소리만 조심하면 돼요!

전 지금 가족이 없어요. 저도 짝을 찾고 싶은데 이제 겨울이라 아직 한참 기다려야 할 것 같아요. 얼마 전, 냇가 근처에서 아주 예쁜 암컷을 본 적이 있어요. 냇가 건너편에서 사는 것 같아요! 봄이 되면 그녀와 짝을 짓고 아기도 낳을 거예요. 우린 아주 행복한 가족이 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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