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불고 비 오고
계절이 바뀌어도
열매 보이지 않아
주름 깊어질 때
땅은 거친 숨을 몰아쉬며
씨앗을 품고 있었고,
땅속 생명들은
온몸을 들썩이며
싹을 틔우고 있었네.
마침내 시간은
기다림을 지렛대 삼아
열매를 들어 올렸다네.
기다림,
그것은 생명의 변주곡이어라.
열매와 호흡을 맞추는
생성의 기쁨이어라.
그것은 등 돌리고 가버린 너를,
다시 돌아온 너를,
부둥켜 안으며 밥상 차려내는
이 빠진 노모의 활짝 핀 얼굴이어라.
반백의 나이, 남편과 둘이 살며 인생의 후반전을 글과 그림으로 채우고 있습니다. 일상의 작은 순간들을 기록하며, 새로운 삶을 한 줄 한 줄 정성껏 써 내려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