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겨진 홍시, 남겨진 사랑
말라빠진 감나무 가지 끝에
빠알간 홍시 몇 알 매달려 있다.
빈방 바라보며 긴숨 몰아쉬는
노모의 기다림에
홍시는 붉게 익어가고
감나무 가지끝에 앉아
홍시 쪼아먹는 까치는
다시 날개를 편다.
몇 장 남지 않은 낙엽이
바람에 흩날린다.
엄마에게 전화가 왔다.
태국 여행 중인 오빠가 걱정되었는지,
“오빠 잘 있겠지…”
전화 속 멀리서 엄마의 깊은 한숨이 들렸다.
나는 방금 오빠에게서 연락을 받았다고,
아무 문제 없이 잘 지내고 있다고 말해드렸다.
그제야 엄마는 숨을 돌리며 전화를 끊으셨다.
감나무에 남은 낙엽이 몇 장 되지 않는 걸 보니
마음 한구석이 괜히 애잔해진다.
가을이 깊어갈수록
누군가를 향한 기다림도 저렇게 더 깊어지는 걸까.
바람이 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