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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부-01. 그날, 가족의 시간이 멈췄다

엄마의 암 진단이 남긴 파문에 대하여

by 봉순이

“엄마, 왜 이렇게 살이 빠졌어?”


오랜만에 본 엄마 얼굴에는 핏기가 없었다.
몸무게도 눈에 띄게 줄어 있었다.
불길한 예감이 가슴을 스쳤고, 나는 엄마를 급히 병원으로 모시고 갔다.





의사는 내시경 화면을 보며 조심스럽게 말했다.


“종양이 커서 내시경이 들어가지 않습니다. 수술을 해봐야 정확히 알 수 있어요.”


그 순간, 하늘이 덜컥 내려앉는 기분이었다.


1년 전, 내가 유방암 판정을 받았을 때 엄마는 이렇게 말했었다.


“내 죄가 많아서 그래. 전생의 업보가 너한테 간 거야…”


그때는 그 말이 너무 답답했다. 하지만 지금은 조금 이해한다.

그 말은 사실, “내가 대신 아프고 싶다” 는 엄마식의 사랑이었다.

지금 내가 그렇듯.


엄마는 내가 암과 싸우던 바로 다음 해인 2020년, 대장암 진단을 받으셨다.
대장의 3분의 2를 절제했고, 수술은 무사히 끝났다.


하지만 1년 뒤, 암은 간으로 전이되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폐로 번졌다.

지금 엄마는 수술 불가 판정을 받은 대장암 4기 환자다.


엄마는 한 달에 한 번 항암을 맞으며 하루하루를 버티고 계신다. 항암을 맞고 온 날이면 며칠 동안 겨울잠 자는 곰처럼 누워 지내신다. 일주일쯤 지나 약기가 빠져야 비로소 움직일 수 있다.

그런 날들이 반복된 지, 어느덧 4년째다.


나의 암 소식도 가족에게 큰 충격이었지만, 엄마의 암 진단은 그보다 더 깊게 우리를 흔들었다.

특히, 늘 문제를 일으키던 오빠에게는 삶 전체가 뒤집히는 사건이었다.


그 흔들림은 우리 가족을 갈라놓기도, 다시 묶기도 했다.

하지만 그때는 몰랐다. 그 변화가 누구를 먼저 무너뜨릴지.

그리고 엄마의 암은 한 사람을 먼저 주저앉혔다.


오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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