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려움을 지나 앞으로 나아가는 법
암 수술과 항암을 마친 뒤 2년쯤 지나자, 몸이 다시 굳어가는 느낌이 들었다.
요가를 일주일 두 번 꾸준히 했지만, 유산소 운동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마음 한편에 계속 남아 있었다.
헬스장은 도무지 재미를 붙일 수가 없었다. 그때 눈에 들어온 것이 자전거였다.
자전거는 나에게 두려움이었다. 스무 살, 한강에서 넘어져 앞니가 부러진 사고 이후 자전거는 오래도록 무서움의 대상이었다. 하지만 마흔중반, 건강을 한 번 잃고 나니 잃었던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자전거는 무릎 부담이 적다는 말에 다시 조심스럽게 핸들을 잡았다.
처음엔 바구니 자전거로 연습을 시작했다. 조금 익숙해지자 당근으로 MTB 자전거를 하나 들였다. 산처럼 큰 바퀴가 달린 MTB 자전거에 앉는 연습만 두 시간. 안장에 쓸린 엉덩이 때문에 눈물이 찔끔 날 정도였다.
그렇게 한 발 한 발 다시 배우다 보니 어느새 탄천을 달릴 만큼 실력이 붙었다.
그리고 처음으로 탄천 자전거길을 힘차게 내딛던 날, 마치 새로운 세상이 열리는 듯했다.
그 무렵 나는 판교에서 6개월간 단기 프로젝트 일을 시작하고 있었다.
업무보다 더 힘든 건 지옥 같은 출퇴근이었다. 콩나물시루 같은 지하철과 버스 속에서 공중부양을 하고 나면 영혼까지 털리는 기분이었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자전거로 출퇴근하면… 어떨까?”
집에서 회사까지 편도 17.5km, 왕복 35km. 내 실력으로는 3시간 가까운 거리였다. 걱정은 앞섰다.
“가다 지쳐 쓰러지면 어떡하지?” “업무에 지장은 없을까?”
그래도 시험 삼아 달려보기로 했다. 그리고 나는 이런 결론에 도달했다.
“도전해볼 만하다.”
다음 날 새벽 6시, 헬멧과 장갑, 라이트와 간식까지 챙겨 평소보다 훨씬 일찍 집을 나섰다.
“천천히 가자. 힘들면 쉬고, 안 되면 끌고 가면 돼.”
스스로 주문을 걸며 페달을 밟았다. 아파트 앞 사거리를 지나 다섯 번의 횡단보도를 건너자 부드럽게 미끄러지는 자전거길이 펼쳐졌다. 자전거와 함께 새벽 바람이 온몸을 감싸고 지나갔다.
“아, 이 맛이구나.”
심장은 두근거리는데 마음은 이상하게도 편안했다. 1시간 20분의 출퇴근길이 전혀 지루하지 않았다.
푸르른 탄천 위로 석양이 물드는 장면을 보며 혼잣말했다.
“자전거를 타려고 출근하네”
퇴근길 탄천에서 자주 마주친 부부가 있었다. 커플 라이딩복을 입고 나란히 페달을 밟는 모습이 참 아름다웠다. 젊은 부부일 거라 생각했는데, 어느 날 헬멧을 벗는 순간 하얀 머리칼이 햇빛 아래 반짝였다.
그 순간, 가슴이 울컥했다.
“나도 저렇게 나이 들고 싶다.”
아름다운 노년의 모습이 자전거와 함께 내 마음속에 들어왔다.
자전거는 나에게 아침을 일찍 열어주는 루틴이 되었고, 다시 강해지고 있다는 감각을 알려주었으며, 두려움을 딛고 앞으로 나아가는 용기가 가르쳐주었다.
넘어지면 다시 일어나면 된다는 것. 가장 단순하지만 가장 지혜로운 사실도 함께 배웠다.
자전거를 배우듯 삶을 배우고 있다.
삶은 멈추지 않는다. 멈칫거려도 괜찮다.
다시 페달을 밟으며 앞으로 나아가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