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8배와 함께 찾아온 작은 회복의 리듬
유방암을 겪고 나서, 나는 한 가지 질문에 오래 붙잡혀 있었다.
“두 번째 화살을 맞지 않으려면 어떻게 살아야 할까?”
습관은 참 고치기 어렵다.
그건 의지가 약해서가 아니라, 뇌 속에 이미 굳어진 경로 때문이라고 한다.
오랫동안 밟아온 길을 버리고 새로운 길을 내는 일은 생각보다 훨씬 큰 에너지를 요구한다.
그래서 나는 먼저 스스로에게 물었다.
“암 이전의 나는 어떤 습관으로 살았을까?”
늦은 술자리, 밤늦게 시작한 일, 새벽까지 붙잡던 드라마와 유튜브,
공허함을 달래려 무의식처럼 눌러대던 온라인 쇼핑까지.
정신없이 살아온 그 모든 습관이 결국 내 몸에 작은 균열을 만들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각성과 반성을 거친 끝에 나는 새로운 ‘루틴’을 시작했다.
저녁 10시 취침.
새벽 5시 기상.
그리고 20분의 108배.
108배는 고개를 숙이고 몸을 낮추는 반복으로
스쿼트와 플랭크, 스트레칭이 이어지는 전신운동에 가깝다. 절을 반복하다 보면 호흡은 자연스럽게 깊어지고 리듬감이 생긴다.
아침에 몸을 깨우는 데 더없이 좋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생각을 멈추려 애쓰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잡념이 스스로 줄어든다는 점이 놀라웠다.
처음엔 결코 쉽지 않았다. 새벽 5시, 겨우 눈꺼풀을 비집고 일어나 노트북을 켜고 절 방석 앞에 앉는다.
죽비 소리가 울리면 두 손을 모으고 몸을 낮춘다. 방석에 머리가 닿을 때마다 과거의 후회와 미련이 몰려왔다.
하지만 몸이 힘들어질수록 잡념은 하나둘 흩어졌다.
108배를 하며 나는 깨달았다. 고개를 숙이고 몸을 낮추는 반복속에서 나의 분노와 고집, '내가 옳다'고 믿어온 확신들까지 조용히 내려앉고 있다는 사실을.
그날 아침, 남편이 했던 말이 문득 떠올랐다.
“볶음밥 해놨어. 데워 먹어.”
나는 그 말을 잔소리쯤으로 여기며 흘려보내곤 했다. 하지만 108배를 하며 비로소 알았다.
그 말이 얼마나 따뜻했는지를.
엄마, 오빠, 남편. 내 옆에서 조용히 나를 지켜준 가족들이 있다는것에 감사한 마음이 파도처럼 밀려왔다.
방석이 젖을 만큼 울었다. 그렇게 울고 나니 오래 막혀 있던 숨구멍이 '팡' 하고 트이는 기분이었다.
그 이후로 새벽 5시의 루틴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놀라운 건, 이 작은 습관 하나가 다른 나쁜 습관들을 자연스레 밀어냈다는 것이다.
늦은 술자리도, 밤샘 드라마도, 의미 없는 쇼핑도 어느새 사라졌다.
새벽 공기가 살결을 스치는 그 고요한 시간 속에서 나는 아주 조용히, 그러나 확실하게 내 삶을 다시 세우고 있음을 느낀다. 눈부신 변화는 없지만 내 호흡과 내 속도로 살아가는 일이 조금씩 편안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