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부-02.다시 요가 매트 위에 서기까지

원망·두려움·회복을 지나 만난 새로운 나

by 봉순이

암 치료를 마친 뒤, 나는 내 몸이 낯설게 느껴졌다.

기침을 해도 배가 당기고, 팔을 조금만 들어도 뭔가 걸리는 듯했고, 복원된 가슴은 여전히 ‘내 것’ 같지 않았다. 몸은 회복되고 있다는데 정작 나는 몸속 어디에도 마음을 둘 자리를 찾지 못했다.


그 무렵, 집 앞에 작은 요가원이 생겼다.
그냥 스쳐 지나가려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 몸과 다시 친해져야 하지 않을까.”


그렇게 나는 요가 매트 위에서 다시 내 몸을 만나는 일을 시작했다.




첫 수업 날, 나는 ‘몸이 굳었다’는 말을 몸이 직접 증명해 보이는 듯했다.

선생님은 가슴을 열라고 했지만 목에만 힘을 잔뜩 주고 있었고, 기초 아사나조차 나에겐 멀고 어려웠다.


특히 짧아진 햄스트링은 한 동작 할 때마다 바들바들 떨릴 정도였다.

그래도 참고 3개월을 다녔다.
온몸이 안 아픈 날이 없었지만 신기하게도 3개월쯤 지나자 안 되던 동작이 조금씩 되기 시작했다.


땀을 뚝뚝 흘리며 빈야사 동작들을 따라가고 있는 나 자신이 어찌나 대견하고 아름답던지.

요가는 그렇게 아주 천천히 나를 바꿔놓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아침.
침대에서 일어나려다 그대로 주저앉았다. 허리가 부서진 줄 알았다.

다리는 저리고, 허리는 쑤시고, 아무리 힘을 줘도 일어설 수 없었다.

그제야 ‘허리는 몸의 기둥’이라는 말이 온 몸으로 실감났다.


전날을 떠올려보니 몸이 충분히 풀리지 않은 상태에서 아쉬탕가 동작을 무리하게 따라 했었다.
조금 뻐근한 느낌은 있었지만 별일 아니겠거니 하고 넘어갔다.

하지만 일주일이 지나도 좋아지지 않아 신경외과를 찾아 엑스레이를 찍었다.


“요추 5번, 6번이 붙어서 신경을 누르고 있네요.”


의사의 말은 조용했지만 내 마음은 크게 흔들렸다.

신경치료 두 번, 도수치료 두 번...

한 달이 지나도 나아지지 않고 오히려 다리 저림까지 생기자 절망감이 밀려왔다.


“이러다 입원까지 해야 하는 건 아닐까…”


두려웠다. 그날 이후, 나는 감정의 롤러코스터를 탔다.


“왜 그렇게 무리했지?”
“요가 때문에 망가진 거잖아.”
“선생님도 잘되고 있다고 했는데…”


좋아하던 요가는 나를 망친 범인이 되었고, 함께 기뻐하던 선생님은 억울한 원망의 대상이 되었다.

그러다 문득 떠올랐다.

요가 전에도 다리가 저린 적이 종종 있었다. 그때는 자세 탓이라 생각하고 넘겼다.

오히려 요가를 시작한 뒤 통증이 줄고 몸이 풀리는 느낌을 분명히 받았었다.


어쩌면 나를 망친 건 요가가 아니라 ‘바뀌는 몸에 들떠 무리한 나’였다는 걸 그제야 깨달았다.

그 사실이 떠오르자 요가에게, 요가 선생님에게 미안해졌다.


솔직히 말하면, 허리가 아픈 것이 요가 때문일 수도 있고

요가 덕에 지금까지 버티다 이제 통증이 드러난 것일 수도 있다.

세상일은 알 수 없다. 하지만 하나는 분명하다.


내 마음의 화살을 부정적인 방향으로만 돌리면 나는 앞으로 어떤 기회도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 내 안에 부정적인 프레임이 가득한 한, 나는 다시 요가를, 다시 몸을 움직이는 기회를 스스로 막아버렸을 것이다.


인생사 새옹지마.


지금은 허리 근육을 키우고 천천히 회복하는 시간이다.

6개월의 회복 끝에 나는 다시 요가 매트 위에 섰다.

몸은 당연히 더 굳어 있었지만 괜찮다.

다시 시작하면 된다.

내 몸을 세울 수 있다는 작은 자신감이 이미 자라 있었으니까.


오늘도 요가 매트 위에서 조용히 숨을 들이쉬고 내쉰다.

그리고 그 호흡 속에서 조금씩 다시 나에게로 돌아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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