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20.그대로 익어가는 모습

겨울의 초입에서

by 봉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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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부터 남편의 왼쪽 얼굴에 여드름 같은 것이 생기더니 어느새 얼굴 전체로 번졌다.

피부과에서 약을 먹고 연고를 발라도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이게 말로만 듣던 중년의 늙어가는 모습일까.


자세히 보니 머리도 눈에 띄게 얇아졌고, 코는 예전보다 더 붉어 보였다.

딸기코라는 말이 이제는 색이 아니라 상태처럼 느껴진다.


고민이 이어졌다.

레이저를 맞아야 할까, 면역력에 좋다는 홍삼을 다려야 할까.

얇아진 머리를 감추는 문신도 있다던데, 흰머리가 늘어가니 염색을 해줘야 하나.


어떻게든 젊어지는 방법을 떠올리다 문득 멈췄다.

71년생, 쉰여섯.

늙어가는 것이 자연스러운 나이였다.


성장과 노화는 썩어가는 일이라고 하지 않던가.

그 나이에 맞게 익어가는 모습을 내가 애써 외면하고 있었던 건 아닐까.


겨울의 초입에 들어선 신랑.

이제는 염색하라는 말 대신 일을 조금 덜 하고,

회식 자리는 적당히 빠져나와 집으로 오라고 말해야겠다.


지금처럼

천천히 익어가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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