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에서 자리가 바뀌었다
오빠가 돌아왔다.
엄마의 항암 일정에 맞춰 엄마와 오빠, 그리고 나는 병원에서 만났다.
셋이 병원 의자에 앉아 진료 순서를 기다리고 있으니 예전의 시간이 떠올랐다.
어렸을 때 우리 집에서는 각자 맡은 자리가 있었다.
오빠는 나보다 다섯 살이 많았지만 어린아이처럼 떼를 썼고, 엄마는 늘 화가 나 있었다.
오빠가 싸움질을 하고 돌아오면 엄마의 얼굴은 더 굳어졌고,
나는 그 사이에서 말을 줄이고 웃었다.
그런데 어제는 순서가 달랐다.
엄마는 항암 치료를 하기 싫다며 의사 앞에서 아이처럼 칭얼댔고, 나는 항암을 안 하면 어쩔 거냐고 예전의 엄마처럼 불같이 화를 냈다.
오빠는 모두를 이해할 수 있다는 얼굴로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병원에서는 누가 어른이고 누가 아이인지 자꾸 헷갈린다.
그래도 그날은 엄마와 나 사이에 오빠가 있어 균형이 유지되었다.
그것만으로 감사한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