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21.세상은 돌고 도는것

병원에서 자리가 바뀌었다

by 봉순이

오빠가 돌아왔다.

엄마의 항암 일정에 맞춰 엄마와 오빠, 그리고 나는 병원에서 만났다.

셋이 병원 의자에 앉아 진료 순서를 기다리고 있으니 예전의 시간이 떠올랐다.


어렸을 때 우리 집에서는 각자 맡은 자리가 있었다.

오빠는 나보다 다섯 살이 많았지만 어린아이처럼 떼를 썼고, 엄마는 늘 화가 나 있었다.

오빠가 싸움질을 하고 돌아오면 엄마의 얼굴은 더 굳어졌고,

나는 그 사이에서 말을 줄이고 웃었다.


그런데 어제는 순서가 달랐다.


엄마는 항암 치료를 하기 싫다며 의사 앞에서 아이처럼 칭얼댔고, 나는 항암을 안 하면 어쩔 거냐고 예전의 엄마처럼 불같이 화를 냈다.

오빠는 모두를 이해할 수 있다는 얼굴로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병원에서는 누가 어른이고 누가 아이인지 자꾸 헷갈린다.

그래도 그날은 엄마와 나 사이에 오빠가 있어 균형이 유지되었다.

그것만으로 감사한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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