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우주 Aug 17. 2023

(D-60) 이 작은 거품이 너를 빛나게 할지니





  휘청이긴 하지만 이제 쉬지 않고 5km는 달린다. 그만 뛰고 싶을 때마다 '조~ 앞 나무까지만 가보자, 저~기 횡단보도까지만 어떻게든 가보자' 했던 것이 모두 달리기 능력으로 쌓인 것 같아 뿌듯하다.

 

  간신히 출발점으로 돌아와 헥헥거리며 보니 온몸이 땀에 흠뻑 젖었다. 새빨간 토마토로 변신한 얼굴에도 땀이 홈빡. 이런 땀 줄줄 기분 좋아!

 

  집에 들어와 씻으려는데 얼추 다 쓴 폼클렌징을 쥐어짜도 내용물이 나오지 않았다. 에잇, 하고 버리려다 귀찮음을 무릅쓰고 풀린 다리를 끌고 가위를 가져와 튜브를 잘랐다. 와, 속 안에 이렇게 많이 들어 있었어!

 

  폼클렌징을 넉넉하게 묻혀 세수를 하며 내가 참 자랑스러웠다. 자원도 아꼈고 지구도 보호했으니까. 뿌듯하고 기특하고 나 자신이 너무 마음에 들어서 얼굴에 거품을 가득 묻힌 채 씩 웃었다. 

 

  나와 사이좋게 지내는 방법, 나에게 으쌰으쌰 해주는 방법, 그러니까 나를 사랑해 주는 방법, 다시 말해 세상 어디에 나가도 쫄지 않을 수 있는 방법은 폼클렌징의 작은 거품만 한 일인가 보다.


 

작가의 이전글 (D-61) 회사에서도 되면 좋을 텐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