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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우주 Aug 17. 2023

(D-61) 회사에서도 되면 좋을 텐데





  오늘 부로 총 24번 달렸다. 

  첫날 뇌가 흔들려서 깜짝 놀랐다. 뇌혈관에 염증이 있어 이거 뛰지 말아야 하나 고민했지만 용감하게(무모하게?) 다음날 또 뛰러 나갔다. 


  처음 한 주는 2km 정도를 뛰었으니 신체의 변화라고는 잔근육이 붙고 배가 날씬해지는 뭐 그런 거 없이 뛰고 나서 완숙 토마토 얼굴이 되는 정도?

  몇 번 뛰고 나서 달리기 동영상을 보며 자세를 따라 해봤다. 바르게 팔치기를 함으로써 어깨가 굽지 않도록 신경 썼고 척추를 쭉 펴서 무게 중심을 위에 두려고 노력했다. 


  꼬마였을 때부터 "똑바로 앉아라, 어깨 펴라, 등 세워라." 소리를 지겹게 들어온 나는 서 있을 때도 구부정해서 (노쇠한 물음표 모양이랄까) 내가 봐도 꼴 보기가 싫다. 


  그런데 오늘 저녁 성당에서 미사를 드리다가 정말 놀라운 사실을 깨달았다. 내가 아주 꼿꼿하게 서있는 것이었다! 척추를 감싸고 있는 근육에 힘이 들어가 있는 것이 느껴졌다. 허리가 서니 무릎도 펴지고 어깨도 열리고 목도 앞으로 빠지지 않았다. 놀라웠다. 무언가가 위에서 내 정수리를 끌어당기는 것 같았다.


  이제 아장아장 뛰는 수준이라 성취랄 게 없다고 생각했는데 모아보니 12시간, 81km다. 이젠 팔치기도 자연스럽고 상체도 잘 서있다. 


  작은 동작, 짧은 시간에도 정성을 들이면 큰 것을 맞이하는구나, 큰 깨달음을 얻었는데... 회사에서도 이게 될까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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