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부터 5km는 쉬지 않고 뛰었는데 오늘은 바듯이 뛰었다. 달달달달.
어제부터 다리가 무거워 하루 쉬어야 하나 갈등을 했지만 (그렇다, 나는 정말 심각하게 '갈등'이라는 것을 했다!) 04시 50분 알람에 눈을 떠 밖으로 나갔다. 2km쯤 뛰니 굳어있던 몸이 풀려 뛸만했다. 그래, 엄살떨면 안 된다니까!
4km쯤 뛰니 급격히 힘들어졌다. 저기까지만 더 가자, 저 코너만 돌아보자. 늘 웅얼거리는 주문이지만 오늘은 유독 저기와 저 코너가 가까워지질 않았다.
어제 5.6km를 뛰었으니 오늘 6km를 뛰어보리라는 맹랑한 목표는 접었지만 그래도 5km는 뛰어야 면이 설 것 같아 (아니, 대체 누구한테?) 억지로, 달달거리며, 10m마다 스마트 워치를 확인하며 달렸다.
왜 그랬을까? 하루쯤 쉬어도 괜찮았을 텐데.
1. 달리기 일지?
매일 쓰는 달리기 일지에 대한 책임감이었을까? 아니 이걸 누가 본다고!
2. 일어난 게 아까워서?
안 달릴 때도 그때 일어났는데? 신문도 보고, 커피도 마시고, 독후감도 쓰고, 책도 읽고. 새벽에 하고 놀 게 얼마나 많은데!
3. 뛰다 보면 괜찮아질 거 같아서?
무릎 아프다가도 뛰고 나면 외려 괜찮았잖아? 찌뿌둥할수록 피 팍팍 돌게 해야 하는 거 아냐?
4. 몰라. 다 모르겠고, 그냥 뛰고 싶었어.
정말 그냥 뛰고 싶었다. 무거운 다리를 두 손으로 들어서라도 뛰고 싶었다. 나도 내가 왜 이 지경이 되었는지 모르겠지만 서른한 번을 뛰었더니 이렇게 되었다. 달리기, 이거 무서운 거다.
그렇게 뛰고 출근해서 아침에 좀 졸았다. 회사야, 미안하다.
내일은 쉬겠느냐고? 설마! 내일은 토요일이니까 더 오래 뛸 수 있는데?
흐흐흐. 나는 내일 6km를 뛰고 말 것이다. 흐흐흐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