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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우주 Aug 18. 2023

(D-58) 이거 무서운 거다





  며칠 전부터 5km는 쉬지 않고 뛰었는데 오늘은 바듯이 뛰었다. 달달달달.

  어제부터 다리가 무거워 하루 쉬어야 하나 갈등을 했지만 (그렇다, 나는 정말 심각하게 '갈등'이라는 것을 했다!) 04시 50분 알람에 눈을 떠 밖으로 나갔다. 2km쯤 뛰니 굳어있던 몸이 풀려 뛸만했다. 그래, 엄살떨면 안 된다니까! 


  4km쯤 뛰니 급격히 힘들어졌다. 저기까지만 더 가자, 저 코너만 돌아보자. 늘 웅얼거리는 주문이지만 오늘은 유독 저기와 저 코너가 가까워지질 않았다. 

  어제 5.6km를 뛰었으니 오늘 6km를 뛰어보리라는 맹랑한 목표는 접었지만 그래도 5km는 뛰어야 면이 설 것 같아 (아니, 대체 누구한테?) 억지로, 달달거리며, 10m마다 스마트 워치를 확인하며 달렸다. 


  왜 그랬을까? 하루쯤 쉬어도 괜찮았을 텐데.

 

  1. 달리기 일지?

  매일 쓰는 달리기 일지에 대한 책임감이었을까? 아니 이걸 누가 본다고! 


  2. 일어난 게 아까워서?

  안 달릴 때도 그때 일어났는데? 신문도 보고, 커피도 마시고, 독후감도 쓰고, 책도 읽고. 새벽에 하고 놀 게 얼마나 많은데!


  3. 뛰다 보면 괜찮아질 거 같아서?

  무릎 아프다가도 뛰고 나면 외려 괜찮았잖아? 찌뿌둥할수록 피 팍팍 돌게 해야 하는 거 아냐?


  4. 몰라. 다 모르겠고, 그냥 뛰고 싶었어. 

  

  정말 그냥 뛰고 싶었다. 무거운 다리를 두 손으로 들어서라도 뛰고 싶었다. 나도 내가 왜 이 지경이 되었는지 모르겠지만 서른한 번을 뛰었더니 이렇게 되었다. 달리기, 이거 무서운 거다. 


  그렇게 뛰고 출근해서 아침에 좀 졸았다. 회사야, 미안하다. 

  내일은 쉬겠느냐고? 설마! 내일은 토요일이니까 더 오래 뛸 수 있는데? 

  흐흐흐. 나는 내일 6km를 뛰고 말 것이다. 흐흐흐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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