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수경의 시에서 말 두 개를 주웠다
스쳐지지 않아 넘겼던 책장을 되돌려
무감동의 희망, 무감동의 희망* 말해보았다
무엇을 희망하니 물었더니
내가 하는 대답 고작
글 쓰는 삶
이라니
감동스럽지 않아?
묻는 나에게
그걸로 되겠어?
되물었더니
내가 하는 대답 고작
나도 알아
써지지 않는 글을
뚝 떼어놓고
너는 어쩔 셈이니
물었더니
갓난아기 같은 얼굴로 대롱대롱
마음이 동하고 말아
떼어놓았던 것을 다시
품에 담고
너는 희망을 사는 사람이야
말해주었다
* <원당 가는 길>, 허수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