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백칠십 이백칠십 하며 달리는 남자가 있었다
초록색 손수건을 머리에 두르고 이백칠십 이백칠십 하며
잔걸음으로 달리는 남자였다
똑바로 보는 것이 어쩐지 불경스러워
멀리서 그의 초록색 손수건이 하늘 향해 얕게 얕게 오르는 것을 보다가
마주칠 즈음 그의 운동화만 흘깃 보았다
바닥 기운 조각배가 낡은 발로 땅 딛고 있었다
아직 달 걸린 하늘
이백칠십 이백칠십 하며 하루를 시작하는 남자의 이야기가 궁금해
내일 또 만날 수 있을까 기다리기로 해놓고는
커피를 마시고 일을 하고 밥을 먹다가 잊어버렸다 이백칠십 낡은 조각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