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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우주 Aug 31. 2023

(D-45) 어느 것을 고를까요


대청호 마라톤 D-45


처음 달렸던 날, 쉬지 않고 1.79km나 뛰어버려서 깜짝 놀랐다. 왜 이만큼이나 뛸 수 있지? 얼떨결에 뛴 이 1.79km가 내 달리기의 최단 기록이 될 줄을 그때는 알지 못했다.


둘째 날부터는 아무리 다리가 무거워도 전날보다 10m라도 더 뛰어야 직성이 풀렸다. 쓸데없는 고집인 줄 알지만 기왕 새벽에 일어나 뛰기 시작한 거 조금만 더 버티면 되는데, 하는 생각에 매일 그렇게 달렸다. 1.85km, 2.42km, 3.34km, 4.13km, 5.62km, 6.13km, 7.21km. 일정 거리를 목표로 뛰는 '거리주(距離走)'를 한 것이다. 


평일엔 출근을 해야 하니 아무리 더 뛸 수 있는 체력이 되어도 6시엔 마무리를 해야 한다. 샤오미 밴드가 작동하지 않아 달린 거리를 확인할 수 없었던 날부터는 도착 시각만 정해놓고 뛴 날도 여러 번 있었다. '시간주(時間走)'라고 해야 할까? 

전날의 기록을 넘겨야 한다는 압박도 없고 달리는 내내 뛴 거리를 확인하지 않아도 되어서 마음이 편했다. 신세계였다. 


요사이 며칠은 페이스(1km를 달리는 평균속도)에 집중해 달리고 있다. '속도주(速度走)다.'

처음 달리기 시작할 때 7분 초반이었던 페이스가 4km쯤을 달릴 땐 9분 30초까지 느려졌고, 5km 달리기가 익숙해지자 다시 7분 40초 대로 내려왔다. 

지난 한 달 반 동안 내 인생에는 평생 없을 줄 알았던 '달리기'에 몸을 맞추고 바른 자세를 익히는 데 집중했다면 이제는 슬슬 속도를 낼 차례가 되지 않았나 싶다. 

이번 주 안에 6분대로 페이스를 끌어내리는 것을 목표로 했는데 어제 딱 7분 00초가 나와서 길바닥에서 '아오!' 탄식했고, 오늘 짜잔! 7.01km를 6분 55초의 페이스로 뛰었다. 아주 몹시 정말 만족스럽다.


나 자신과의 밀당, 타인과의 관계, 일, 공부, 휴식, 먹기, 놀이, 독서, 글쓰기, 운동 등등.

인간생활과 사회생활에 거리주, 시간주, 속도주 중 어느 것이 얼마큼 필요한지를 알 수 있다면 삽질하느라 진땀 안 빼도 되고 참 좋을 텐데.


아직 채 두 달도 뛰지 않은 새싹 달림이가 어쭙잖게 한 마디 해보자면, 

그런 초능력을 얻으려면 '일단 해 봐야' 알 수 있다는 것이다. 얼마큼을 달려야 하는지, 언제까지 뛰어야 하는지, 얼마나 빠르게 몸을 움직여야 하는지.

 

당신 지금 혹시, 가만히 앉아 눈만 끔뻑끔뻑하고 있다면? 오, 제발... 제발 눈에 힘 빡 주고 일어나요. 거리주도 좋고 시간주도 좋고 속도주도 좋으니까 '일단' 해보고 2차 전략을 세워보시자구요. 눈에 힘 빡 주고! 응??? 


p.s  오늘 이렇게 기록이 좋았던 것은 아무래도... 어제 마신 코젤 덕분인 것 같다!!! 코젤 지화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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