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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우주 Sep 01. 2023

(D-44) 잼잼

며칠 전부터 아주 가볍게 달리고 있다. 

달리기 기록을 남기기 위해 오른손에 들었다 왼손에 들었다 힙색에 넣었다 애지중지 모시고 뛰었던 핸드폰을 두고 나가기 때문이다. 얼마나 가뿐한지 모른다. 손아귀에 힘주지 않아도 되고, 뛸수록 허리밴드가 헐렁해지는 힙색에 신경쓰지 않아도 되고, 묵직한 것을 놓아버린 해방감도 아주 좋다. 그래, 멀리 가려면 손에 쥔 것을 놓아야 하는 거야. 불필요한 무게를 덜어야 해. 


기록 따위에 연연해 하지 않기로 한 건... 아니다. 연연해 한다. 아침에도 보고 점심에도 보고 자기 전에 또 본다. 그래서 나 물욕 없는 사람이라 샤오미 밴드로 충분하다고 소문 내놓고 ('(D-51) 달리기_언제, 어디로 도착하는지만 알면' 편) 달림이들이 많이 사용하는 가민 스마트 워치를... 샀다. 사고 말았다.


가져서 놓을 수 있었던 것이다. 달리러 나가는 마음이나 삶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진 게 아니라 새로운 하나를 가졌기 때문에 이전의 것을 손에서 놓을 수 있었던 것이다. 내려놓은 게 아니라 고른 것일뿐. 


그런 생각을 하며 오늘은 4.84km만 달렸다. 평소보다 10분은 덜 달렸다. 

어제 처음으로 6분대 페이스로, 그것도 7km나 뛰었기 때문인지 조금 피곤했다. 힘을 내자면 더 뛸 수도 있었겠지만 의지보다 몸을 존중해주기로 했다. 또, 내일은 다시 한 번 최장거리 갱신, 8km를 뛰어볼 생각이니까. 이쯤에서 멈추는 것이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을 잇는 리듬인 것 같다. 


아무튼, 며칠 뛰어보니 가민 시계는 달리는 동안 거리와 속도와 심박수와 현재시각을 확인하기에 샤오미 밴드보다 훨씬 좋지만 달린 루트를 지도로 활용하기엔 자잘한 불편이 있다. 또 핸드폰을 들고 달릴 땐 뉴발란스 어플에서 달린 거리 만큼 포인트를 적립할 수 있었는데 시계만 차고 나가면서 그것도 못하게 되었다. 나중에 내공이 많이 쌓이면 둘 다 놓고 나가 뛸 수 있을까. 


어쨌거나 내일은 8km 도전이다. 후. 설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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