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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우주 Sep 04. 2023

(D-41) 이럴 거면 그냥 뛰어


대청호 마라톤 D-41


한동안 상태가 양호했기에 나는 내가 우울증을 앓았'었'다고 생각했다. 

4년 전 우발적 발작성 불안 공황장애, 중등도 우울증, 사회 공포증, 광장 공포증 진단을 받아 지금까지 매일 약을 먹고 있다. 한동안은 마음이 통째로 사라져서 할 수 있는 것이라곤 종일 그림처럼 앉아 있는 것이 전부였다. 숨 한 모금 드나드는 것조차 쓰리고 아팠다. 


조금씩 좋아져 지금은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 만큼 나아졌고 사회생활도 그럭저럭 하고 있지만 여전히 사람들이 어렵고, 누군가와 밥을 먹는 것이 견딜 수 없이 힘들고, 소리와 빛과 움직임에 취약하고, 타인끼리의 긴장관계에도 극도의 불안에 휩싸여 어찌할 바를 모른다. 다행인 건 그런 상황들은 발생했다 지나가는 일이라 미리 도망친다든지 눈과 귀를 막아 최대한 나를 지킬 수 있는 준비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BLUE. 

기분이 가라앉으면 혹시 예전 그때처럼 곤두박질치는 건 아닌지, 끝 모를 무력감에 잠식당하는 건 아닌지, 다시 마음이 사라지는 건 아닌지 두렵다. 

요즘 정신을 차려보면 표정이 굳어있다. 바닥을 보고 걷는다. 예전 그때처럼. 


지난 토요일, 넓은 공원에서 마음껏 달리고 모처럼 기분이 좋았다. 일요일에도 힘껏 뛰고 살만했다. 

오늘은 몸에 휴식을 줘야 할 것 같아서 달리지 않았다. 작은 산책길을 걸었는데 터벅터벅, 기쁘지 않았다. 

종일 다른 날보다 더 소리에 귀가 아프고 사람들에게 위압감을 느낀다. 눈을 감아버리고 싶다. Again Blue, 무섭고 싫어서 약을 한 움큼 먹었다. 하루가 길구나. 


이럴 거면 휴식이고 뭐고 그냥 달리고 올 걸 그랬어. 달리면 기분 좋은데. 다 좋아질 거 같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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