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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우주 Sep 06. 2023

(D-40) 빠져!




대청호 마라톤 D-40


친척들이 명절마다 찾아와 이모를 '똥차'라고 부르면 어린 마음에 그렇게 화가 났었다. 

그 나이 되도록 결혼도 못하고 뭐 했느냐(식구들 먹여 살리느라 돈 벌었잖아요!), 너 때문에 동생까지 시집 못 가고 쟤 저러고 다니지 않느냐(그 이모는 그냥 신나서 저러고 다니거든요!), 집안 길 막지 말고 빨리 빠져라(댁들부터 좀!)


내가 일하는 곳은 60세가 정년퇴직 나이다. 한 부장님이 퇴직을 1년 반쯤 남겼을 때, 지역언론사 기자들이 그분에게 압박을 가하기 시작했다. 후배들 길 막지 말고 빨리빨리 빠지라나? 

그분은 인생의 절반을 이 일을 하며 살아오셨다. 얼마나 많은 고민과 고충을 견뎌냈을까. 30년 직장생활의 끝을 단정하게 마무리하고 싶었을 그 마음, 내 속이 다 짠하다. 그런데, 빠지라고? 말해보시지. 어떤 후배에게 사주받았는지. 

결국 부장님은 아무도 없는 주말, 짐을 싸 일터 밖으로, 커다랗던 인생 밖으로 쫓겨났다. 


오늘 달리면서 이모와 부장님을 생각했다. 길 여기저기 세워진 전동 킥보드를 보면서 말이다. 우리 이모랑 부장님은 길 막는 똥차가 아니었지만 길 여기저기 버려둔 전동 킥보드와 자전거는 불쾌하고 불편하다.


제발 길 좀 막지 맙시다, 킥보드 탔던 사람들아. 길에서 빠져버려, 킥보드들아. 아니, 길 가는 사람이 요리조리 피해 다녀야 하는 게 맞는 거야? 이제 전동 킥보드 불법주차 과태료 부과한다고 하던데, 정확하게 이루어지면 좋겠다. 보행자들, 달림이들, 휠체어 이용자들, 보행기구 사용자들, 유아차 밀고 가야 하는 이들 마음 상하게 않게. 


요즘 내가 마음이 안 좋아서 아주 삐딱하다 지금. 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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