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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우주 Sep 13. 2023

(D-32) 어떡하죠


대청호 마라톤 D-32


마라톤 대회를 한 달가량 남긴 지금, 혼란에 빠지고 말았다.  


요즘처럼 평일에 7km를 뛰려면 4시 30분에 일어나야 한다. 간단히 씻고 준비운동을 하고 5시 전에 밖으로. 50분 정도 뛰고 스트레칭 몇 가지로 마무리 운동 하고 체육관에서 털털이로 다리근육 풀어주면 6시.


요즘 '마음 사라짐 병'이 도져 아침마다 정신 똑바로 차리는 약을 먹는데, 이게 밤까지 뇌를 각성하게 한다. 잠에 들면 별의별 꿈을 다 꾸다 1시간마다 깬다. 잔 건지 안 잔 건지 정신은 산란하고 몸은 갈피를 못 잡는다. 

(어쨌거나) 새벽까지 독서실에 있던 고3 때도 일찍 일어나 커피를 타 마시고 학교에 갔을 만큼 아침잠이 없지만 밤새 생생한 꿈에 시달리다 화들짝 놀라 대여섯 번 깨기를 여러 날. 힘들긴 하다. 머리도 아프다. 잘 뛰려면 잘 자주어야 한댔는데 이러고도 뛰는 게 맞나 싶다. 


왼쪽 무릎의 통증도 사라지지 않는다. 심한 건 아니지만 없는 건 아니니 이 상태에서 계속 달리다가 대회에 닥쳐 부상이 되는 건 아닌지 걱정스럽다. 앉아있다가 일어날 때, 계단을 내려갈 때, 달리기를 시작할 때 힘주기가 어렵다. 통증이 살아난다. 회복기를 갖는 게 맞는 걸까? 아니면 매일 달려서 근육을 강하게 키워야 하나?


온전치 않은 마음으로 불안증과 공포증을 안고 사람들 속에서 하루를 살아낸 뒤면 마음도 몸도 몹시 곤비하다. 마음병을 심하게 앓았던 지난주엔 달리기를 하루 쉬어봤는데 '뛰었어야 했어' 종일 후회가 따라붙어 그것도 피곤했다. 다음 날 뛰어보니 평소보다 달리기가 어려웠다. 무릎이라도 좀 나아졌을까 했는데 그런 것도 아니었다. 오히려 무릎은 다음 날 달리면서 더 좋아졌다. 


매일 뛰면서 달리는 근육을 만드는 게 맞는 걸까? 휴식을 취하는 게 좋은 걸까? 회복부터 하는 게 급한 건 아닐까? 모르겠다. 내일도 망설이면서 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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