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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우주 Sep 30. 2023

(D-15) 어깨 으쓱


대청호 마라톤 D-15


- (2023. 9. 17.) 10km / 1:12 / 페이스 7:12

- (2023. 9. 24.) 10km / 1:09 / 페이스 6:59

- (2023. 9. 30.) 10km / 1:07 / 페이스 6:47


세 번째 10km를 뛰었다. 

두 번째 뛰었을 때 기록 단축되었다고 너무 오두방정 떨며 일지를 써놓아서 오늘 또 호들갑 피우기가 좀 그렇다. 하지만 이 얼마나 아름다운 패턴인지. 뛸 때마다 시간도 짧아지고 페이스도 빨라진다. 도전하는 재미가 아주 쏠쏠. 이러니 내가 안 달릴 수가 있나. 


마라톤 대회에 등록할 때만해도 제한시간 1시간 30분 안에 들어올 수 있을지 걱정스러웠다. 뜀박질이라고는 평생 해본 적 없는데 그냥 5km로 신청할 걸, 겨우 3km 간신히 뛰면서 무슨 자신감으로 10km를 덜컥 신청했단 말인가, 하면서 1시간 반이 지나고 2시간이 넘어도 나는 골인선에 들어오지 못하고 주최 측은 텐트 접어 철수하는 장면을 수도 없이 그렸다.


하지만 여자가 한 번 10km 신청했으면 그냥 GO 하는 거지, 5km 변경 따위 하지 않는 법!

처음 10km 뛰어본 날, 휴... 그래도 텐트 걷기 전에는 들어오겠네 싶어 얼마나 마음이 놓였나 모른다. 

그런데 가만있어보자. 1시간 12분이면 평일에 열심히 연습하면 1시간 10분 안으로 들어올 수도 있지 않을까?


두 번째 도전한 날은 내 한계가 10km가 아니라 그 이상이라는 걸 알고 있었기에 더 자신감 있게 뛸 수 있었다. 혹시나 싶었던 1시간 10분 안으로 들어오는 기록도 세웠으니 오두방정 일지를 안 쓸 수가 없었다. 


오늘은 추석 연휴가 시작된 이틀 동안 잘 먹어서 그런지 달리는 동안 기운이 제법 쌩쌩했다. 처음 뛰기 시작할 때부터 종반 즈음까지 크게 지치지 않고 쭉쭉 달려 나갔고 더 단축할 수 있을까 싶었던 시간을 2분이나 줄였다. 페이스도 평일 7km 뛸 때보다 좋았다. 얼마나 기특한지, 내가. 


내게는 중학생인 친구가 한 명 있는데 얼마 전 "왜 달리기를 해?" 하고 물었다. 잘 답하고 싶었다. 석 달 가까이 달리기를 하며 많은 생각을 했고, 두 달 넘게 달리기 일지를 쓰며 많은 활자를 남긴 내게 주는 응답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점점 나아지는 내가 멋있어서."

몇 개의 계단을 함께 내려온 친구에게, 그리고 난생처음 굽이지고 굴곡진 길과 생각을 달리는 나 자신에게 답해보았다. 좀 멋진 대답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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