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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우주 Aug 17. 2023

(D-64) 대청호 마라톤 대회




  한여름 땡볕에 횡단보도 신호가 바뀌어도, 장대비가 퍼부어도, 애인이 저쪽에서 손짓을 해도 절대 뛰지 않던 내가 2023년 7월 6일 아침, 달리기를 시작했다. 왜인지는 모르겠다. 그냥 그렇게 정해져 있는 것 같았다. 


  봄부터 느낌이 살살 오기 시작했고 정신을 차려보니 <달리기, 몰입의 즐거움>을 읽고 있었고, 정신을 더 똑바로 차리자고 다짐하고는 <아무튼, 달리기> <철학자와 달리기> <달리기의 모든 것> <30일 5분 달리기> <달리기, 조깅부터 마라톤까지>를 쭉쭉 독파했다.  


  어떻게 뛰어야 하는지도 모르고 뒤뚱뒤뚱 뛴 지 여덟 번째 되던 날, 두둥. '대청호 마라톤'이 (어차피 내가 쌓은 알고리즘으로) 눈에 딱! 들어온 것이다. 


  첫날 1.74km를 뛰고 깔짝깔짝 거리를 늘리다 그날 3km를 뛴 나는 자신감이 과도하게 고양되어 있었고, 같이 책 읽고 글 쓰는 '똘라뷔'와 '만두'에게 대회 캡처화면과 함께 "어때요?"를 보냈고, 뭐를 하재도 실실거리는 똘라뷔와 쟁취욕 있는 만두가 OK를 했다. 


  하루에 만보 걷기도 어려운 둘은 5km를, 뒤뚱 주법으로 아장아장 뛰기 시작한 나는 10km를 신청했다. 겁도 없이. 대회는 10월이니까 여유도 있고, 실력 지가 안 늘면 어쩌겄슈, 하는 충청도식 결단이었다.


  오늘, 트레드밀에서였지만 쉬지 않고 뛴 거리를 또 갱신했다. 6km. 빨리 내일 아침이 오면 좋겠다. 밖에서는 얼마나 뛸 수 있는지 궁금하다. 푹 자 둬야지. 잘 자야 잘 달린 댔으니까. 


  마라톤 꿈나무 '우주곰 달림이'는 내일 또 달릴 생각에 입꼬리가 실룩실룩, 흐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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