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우주 Oct 20. 2023

브런치 올림피아드



<두근두근, 내 달리기> 발행 완료.

마라톤 대회를 앞두고 쓴 70여 일간의 달리기 일지를 한 권의 브런치북으로 묶고 나니 어쩐지 은퇴자가 된 기분이다. 

절묘하게 몸 상태까지 좋지 않아 여러 날 달리지 못해 글감은 못 구했는데 회사와 가정은 다 잘 굴러가 시간은 남고 70일 동안 잘 먹어 버릇해서인지 삼시세끼 배는 고프다.


무얼 써야 할까. 60년 더 달리기로 했으니 달리기 글은 계속 써야겠지. 하지만 언제까지 달리기 이야기만 쓸 수는 없잖아. 


책? 십 년 동안 서평을 열심히 썼다. 문제는 서평을 쓰는 속도가 책을 읽는 속도를 따라잡지 못한다는 것. 한 권의 책을 다 읽어 서평을 쓰기 시작하면 글을 마치기 전에 다음 책도 완독. 더 큰 문제는 책 읽는 속도보다 읽고 싶은 책이 쌓이는 속도가 몇 배속으로 빠르다는 것. 서평공장이 제대로 돌아갈 리 있나. 질 나쁜 제품만 생산하다 결국 문을 닫고 말았다. 책 이야기는 글시장에 경쟁자가 많다는 단점도 있지만 그만큼 콘텐츠를 만들어내기 용이하다는 장점도 분명 있다. 브런치 올림피아드 선수로 어떻게 키울 수 있을지 생각을 좀 해봐야겠다.


신문은? 매일 종이신문으로 종합신문과 경제신문을 읽고 있는데 흥미롭거나 도움 될만한 기사를 선수로 내보내는 건 어떨까? 고루한가? 정확한 조사나 신빙성 없는 지식으로 하는 정치적 발언은 세상에 공해만 만들어내려나? 기자가 공들여 연구하고 취재한 기사를 너무 날름 취하는 거 같기도 하고. 이 선수는 보류.


다른 운동을 시작해? 산악 달리기나 암벽등반 아니면 역도나 외줄 타기 같은 새로운 운동을 배우면서 학습일지를 쓰면 재밌으려나? 그렇지만 역시 이상하다. 달리는 게 좋아서 글이 나온 거지 뭐 좀 써보자고 달린 게 아니잖은가. 미숙한 배우가 억지로 만들어내는 연기 보는 것처럼 고역인 거 없더라. 그런 글은 쓸 생각도 하지 말자. 이 선수는 탈락.


영어공부는 어때? 다시 시작한 영어공부 말이야. 여러 이야기로 확장할 수 있을 거 같은데. 매주 주제 정해 이야기하기로 했으니까 소재 걱정할 필요 없고, 같이 공부하는 똘라뷔와 만두 이야기도 살짝 넣고, 게다가 피터는 미국인이니까 그와 나의 관점 차이를 이야기해 볼 수도 있겠고. 나쁘지 않아. 좋은 선수로 키울 수 있을 것도 같아. 


더 생각해 보면 더 있을 것 같고, 생각 안 해봐도 하루하루 순간순간 좋은 마음으로 지내다 보면 뭔가 또 쓰고 싶어 지겠지. 일단, 오늘은 여기까지!



작가의 이전글 (D-3) 하이파이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