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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우주 Nov 25. 2023

한다 v.s 안 한다 버리기



목감기에 걸린 채 첫 마라톤 대회에 나가 10km 달리고 난 뒤 3주째 기침을 달고 사는 중이었다. 

약을 먹으면 잠잠해지고 약을 다 먹으면 기침이 다시 터져 나왔다. 잘 때 조금 불편한 것을 빼고는 큰 어려움이 없었는데 달리기를 못하는 게 문제였다. 


점점 다리가 굳는 것 같은 느낌이 별로였다. 착실히 쌓아온 지구력이 흩어지는 것 같아 조바심이 났다. 요즘도 달리냐는 질문에 우물쭈물하게 되는 게 싫었다. 


나갔다. 다시 새벽에 달렸다. 

그래서 기침도 다시 했다. 한 번 시작되면 멈추질 않았다. 가끔 폐가 딸려 나올 것 같을 때도 있었다. 


3주가 지나면서 달리지 않아야 할 이유를 매일 밤 복기했다. 처음엔 참기 위해서, 언제부터인가는 안 달려도 될 이유가 필요해서. 


새벽에 밖에 나가서 달리든지 또는 안 달리든지. 

왜 그 두 가지만 있었을까. 기침이 문제라면 찬바람 없는 체육관에서 달리면 되고, 체력이 딸리는 게 문제라면 자는 시간을 조금 늘리고 달리는 횟수나 시간을 줄이면 되는데. 


그래서 매일 달리던 걸 이틀에 한 번으로 바꿨다. 

7km씩 달렸는데 5km로 줄였다. 

캄캄한 새벽, 바깥 세상 뛰는 것만이 달리기라고 생각했는데 내 몸 중한 줄 알고 체육관에서 다소곳이 뛴다. 


'각각의 계절을 나려면 각각의 힘이 들지요'     - 권여선, <각각의 계절> 114쪽


러너로 처음 맞는 계절,

지금 내가 낼 수 있는 힘으로 두 발을 굴러 2023년의 겨울과 2024년의 겨울을 이어보려는데, 

좀 멋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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