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한 반

우렁각시 등장 2

by happysmilewriter


H는 쉬는 시간 간식을 준 우렁각시에 대해 이야기꽃을 피우는 반 아이들을 두고 교무실에 왔다. 교무실에 와서 동학년 선생님들에게 간식 사진을 보여주며 신기한 일이라고 얘기했다. 동료선생님들 또한 실장이나 부실장 등이 아니겠냐며 준 아이의 정체에 대해 알게 되면 꼭 알려달라고 했다.
그다음 날이었다. H는 5교시 담임반 수업에 들어갔다. 그녀는 수업을 한창 진행하다 뉴스 영상을 보여주기 위해 노트북과 TV를 연결하려 했다. 리모컨이 안 보여서 교탁 서랍을 열었다. 어제보다 훨씬 더 다양하고 많은 양의 간식이 준비되어 있었다. 이번에도 포스트잇에 다음처럼 적혀있었다.
‘얘들아, 이거 먹고 힘내, 먹고 쓰레기통에만 잘 버려주면 돼.’
아이들이 우렁각시의 두 번째 간식선물이 왔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교실은 한바탕 소란이 일어났다. 대체 누가, 언제 교탁에 넣어놓았는지 추리한다고 반이 시끌벅적했다. 아침에 제일 먼저 온 친구가 외쳤다.
“어, 진짜 이상하다. 내가 아침에 문 열고 바로 오늘 간식박스가 있을까 싶어 교탁서랍을 열었을 때만 해도 없었어. 오늘 아침에 나는 7시 30분에 교실에 들어왔거든. 그렇다면 그 이후란 뜻인데, 대체 언제지?”
아이들이 아무리 추리를 해도 우렁각시의 정체나 간식박스를 갖다 놓은 시간을 알 수가 없었다. H반의 우렁각시는 그 뒤로도 잊을 만하면 몇 차례 간식을 제공하였다. 뒷정리 잘해달라는 부탁을 하면서 시험공부에 스트레스 너무 많이 받지 말고 힘내라고 쪽지에 적혀있었다. H는 처음에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었는데, 몇 차례나 반복되는 간식박스에 부담스러웠다. 과자 가격이 만만찮은데 우렁각시가 서랍을 꽉 채울 만큼 간식을 준비했으니 돈이 얼마나 많이 들었을까란 걱정도 했다. 한 번으로 끝낼 줄 알았는데, 여러 차례 반복되면서 돈액수만 해도 큰돈이 나갔을 것이다. 돈도 돈이지만 H는 매번 친구들에게 들키지 않기 위해 애써서 간식박스를 채워놓었을 그 아이가 걱정되었다. H는 누군지 궁금한 마음도 크지만 그것보다 걱정되는 마음이 더 컸다. 할 수 없이 H는 조례 시간 일장 연설을 했다.
“누군지 모르겠지만, 몇 차례의 간식으로 돈을 많이 썼을 텐데 그 액수가 너무 커. 우리 반의 우렁각시는 이제 간식을 채워놓지 말도록. 앞으로 한 번 더 간식박스 두는 일이 반복된다면 선생님은 그 아이가 걱정되는 마음에 할 수 없이 cctv를 봐서 누군지 밝혀낼 거야. 학생의 용돈으로 간식박스를 채우기에 너무 큰돈이 들어. 이제는 CCTV라고 봐서 누군지 밝혀낼 수밖에 없어. 우렁각시가 우리 반을 사랑하는 마음, 응원하는 마음은 충분히 느껴져. 너무 고마워. 하지만 돈도 돈이고, 반친구들 눈을 피해 갖다 놓기 위해 시간과 노력을 너무 많이 쓰는 우렁각시가 힘들 것 같아. 아무리 생각해도 담임인 내가 나서야겠다고 결심했어. 혹시 본인이 밝혀지기를 원하지 않는다면 우렁각시는 이제 더 이상 간식을 사 오지 마. 부탁할게.”
“아, 맞다. cctv가 있네요? 너무 궁금한데 어제와 오늘 cctv 돌려봐서 우렁각시 찾으면 안 되나요?”
H네 반에서 나서기를 잘하는 윤이가 말하자, 다른 아이들도 누군지 밝혀내자고 웅성거렸다.
“아니, 우렁각시의 존재는 우리 사이에서 아름다운 비밀로 간직하자. 우리 반의 누군가가 이렇게 따뜻한 마음을 갖고 있다는 것을 너희가 잊지 말고 그 마음을 소중하게 생각하면 된다. 우리 각자도 친구들에게 따뜻하고 정 있게 대하면 되겠지? 아마 우렁각시는 본인이 누구인지 밝히는 것보다는 우리 반이 서로 단합되고 위해주는 모습을 더 바랄 거야.”
“네, 다음에 한번 더 간식박스 오면 그때는 꼭 cctv 돌려봐요. 공식적으로 공지했으니, 정말 다음번에 또 간식을 갖다 놓는다면 그때는 꼭 누군지 밝혀내야 해요.”
“그래, 그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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