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뒤 간식박스를 채워놓곤 하던 우렁각시는 나타나지 않았다. 우렁각시에 대한 기억이 희미해질 때쯤 교탁 서랍을 열던 H는 놀랐다. 교탁서랍은 지금까지 정리된 적이 한 번도 없었다. 교탁서랍에는 가정통신문 남는 종이, 학용품, 작년 교실을 사용했던 반에서 남기고 간 용품, H가 들고 온 가위, 집게, 풀, 스카치테이프, 클립, 스템플러 등의 다양한 용품이 널브러져 있었다. H는 수업을 하거나 업무를 볼 때 익숙한 서랍 안을 휘적이며 필요한 물건을 찾았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오늘은 서랍 안이 너무 깔끔하게 정돈되어 있었다. 순간 H는 본인이 다른 반에 들어왔다고 생각했다. 반아이들, 교실 뒤쪽 게시판의 환경미화 부분을 보니 분명 H교사의 반이 분명했다. 그동안 이것저것 섞여 어수선했던 서랍이 깔끔하게 잘 정리되어 있었다. 감탄이 절로 나오는 모습이었다. 그때 H반의 우렁각시가 떠올랐다. 우렁각시의 선행은 간식박스에서 진화하여 학급 수호자처럼 H반을 깔끔하게 정리하고 있었다. 서랍 바닥 여기저기에 흩어져있던 몇 십 개의 클립도 종이컵에 담겨있었다.
몇 번의 간식선물 이후 교탁 정리를 깔끔하게 하는 우렁각시라. H는 교직경력 20년 동안 이런 녀석은 본 적이 없다. 그로부터 한 두 달이 지나고 반 아이들이 간식박스를 꽉 채우던 우렁각시를 그리워했다. 아이들은 우렁각시보다는 간식을 그리워했으리라.
“우리 반의 우렁각시야, 우리가 네가 누구인지 찾으려고 애 안 쓸 테니 이제 제발 좀 나타나렴. 간식 좀 주라”
“그래, 우리 배 좀 채워줘. 제발. 너 누군지 안 찾을게. ”
“얘들 좀 봐, 우렁 각시도 우리 반 아이일 텐데 고등학생이 돈이 어디 있냐? 그동안 그 애가 간식 많이 줬잖아. 부담 좀 주지 마. 거지근성 있니? 왜 그래? 간식 먹고싶으면 그냥 각자 사 먹어. 자판기 가서 돈 내고 사 먹으면 되지. ”
H반의 실장인 희야가 아이들을 진정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