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한 반

P의 변화

by happysmilewriter

P의 부모님은 매일 딸이 본인들한테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계속 얘기해줬다. ‘너를 괴롭힌그 아이들은 너를 볼 때마다 신경쓰고 욕하고 미워하는 나쁜 생각을 하고 살았으니, 얼마나 마음이 지옥같았을까? 사랑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잘 모르는 아이들이라 자기 자신도 사랑하지 못하는 불쌍한 아이들이야.’ 라며 부모님은 P를 많이 안아주었다. 손 잡아주며 매일 사랑한다고 상처받은 P의 마음은 자신에 대해 사랑하는 약으로 이겨낼 수 있지만, 남을 상처주는 사람은 그런 약이 없다며 P에게 매일 힘을 주었다.
고등학교 1학년 1학기가 끝나갔다. P는 태어나면서부터 살았던 화동에서 반대편의 끝이라 할 수 있는 성일동의 한 고등학교에 입학했다. P에게 고등학생이 된 첫 몇 달은 세상에 적응하기 위한 발버둥을 친 시기였다. 어릴 때부터 P를 본 사람이 있었다면, 지금의 P를 보고 깜짝 놀랄 정도로 변했다. 이전의 P는 내성적이고 소극적인 학생이었다. 교우관계에서도 말을 잘하거나 적극적인 아이가 하자는 대로 따르는 아이였다. 그 전에는 싫거나 화가 나는 일이 있어도 겉으로 표현하지 않고 속으로 걱정하고 고민하는 스타일이었다. 그랬던 P가 고등학교와서는 적극적으로 변했다. 심지어 3월 학급 실장, 부실장을 선출하는 후보를 뽑는데, 스스로 손을 들었다. 4명이 나왔는데, 향희라는 아이가 실장이 되었다. P는 향희보다 1표가 적어 부실장이 되었다.
P를 어릴 때부터 보지 않았던 사람들은 원래 명랑하고 쾌활한 성격이라 오해할 정도로 친구관계나 단체 활동에서 주도하며 이끄는 역할을 했다. 그 뿐만이 아니었다. 항상 일찍 와서 교실에서 예습이나 복습을 했고, 수업시간 대답도 열심히 하고 적극적으로 모둠활동이나 학교행사에 참여했다.
p가 전학오고 나서 이전과는 달리 자신감넘치는 모습으로 살고자 했으나, 낯선 환경에 긴장되기만 했다. 그때였다. A의 전화를 받은 것은. 초반 어릴 적부터 P와 친구였던 R이 유서를 쓰고 자살했다고 했다. 그 뒤 A가 무슨 말을 했는지 다 기억이 나지 않았다. 아니 들리지 않았다. 그냥 멍했다. 나중 알게 되었다. A가 자신을 위해 얼마나 애를 썼는지를.
A는 P가 전학갔다는 사실을 듣자마자 담임선생님께 그 동안 있었던 일을 얘기했다. 인스타그램에 O무리들이 P를 헐뜯는 말을 하고 댓글로 P에 대한 욕을 유도하고, O우리의 인스타그램에 들어온 아이들이 자세한 영문도 모르면서 P를 욕했다는 캡처본을 담임선생님께 보여주었다. 본인이 처음 O무리가 P를 괴롭히게 된 정황부터 그 동안 P가 받았던 고통에 대해 말씀드렸다. 담임선생님은 무척 놀라시면서, 그냥 얌전하고 모범적인 P가 내성적이라고만 생각했지 그렇게 힘들게 지내는 줄은 몰랐다고 하셨다. 안그래도 전학간다고 했을 때 무척 놀랐는데, 그런 일이 있었다는 걸 늦게 알게 되었다며 안타까워하셨다.
그 날부터 학생부장의 조사가 들어갔다. 반분위기가 갑자기 바뀌었다. O 무리의 아이들은 본인들이 받을 처벌이 무서웠는지 T가 갑자기 R이 주동했다고 했다. 자세한 내용을 잘 모르는 반 아이들은 R이 P가 뒷담화했다는 것은 기억했고, T의 이야기에 아무 생각없이 동조하기 시작했다. 같은 무리였던 T의 남자친구에게 P가 꼬리쳤다고 말한 것도 R이었다는 증언도 꽤 나왔다. T는 분위기를 자기편으로 만드는 묘한 능력을 가졌다. T의 유도에 반 아이들이 모두 넘어갔고, 주동자이자 가장 나쁜 아이로 R를 꼽았다. T를 비롯한 O무리들은 잘못된 정보를 듣고 화를 낸 것 밖에 없던 것처럼 되었다. A가 O 무리의 잔혹함에 대해 지속적으로 알려도 반아이들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P도 자세히는 모르지만 전학온 학교의 학생부장이 이 전 학교에서 학교폭력 당한 것에 대해 물어보셨다. 어떻게 했으면 좋겠는지와 처벌을 원하는 지도 물었다. P는 그 애들이 처벌받는다고 속이 시원해지거나 앞으로의 P의 삶이 더 좋아질 것 같지 않았다. 서면사과만 원한다고 했다. P의 부모님도 잠깐은 처벌을 설득하다가 딸의 의견에 동의했다. O무리와 R의 사과 편지를 전학온 학교의 학생부장 선생님에게 전달받았다. P는 알았다. 그 아이들이 진심으로 뉘우친 것은 아님을. P는 그냥 그 애들은 그렇게 살아가라고 저주하고, 나는 내 방식대로 잘살아가는 게 진정한 복수라고 생각했다.
쉽지 않았다. 자신에 대해 알고 잘 살아가는 방법을 스스로 터득하는 것이 P에게는 너무 힘겨운 일이었다. A의 전화가 온 것은 전학와서 이전 기억을 지우고 멋진 삶을 살아가려고 노력하는 것에 P가 점점 지쳐져 갈 때였다.
‘사과 편지보내고 난 후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살아갔을 R이 왜 죽어? 나도 살아가는데, 자기가 왜 죽어?’
P는 분했다. 어릴 때부터 알고 지냈던 R의 죽음에 대해 슬퍼하기보다 분노하는 자신이 무섭게 느껴졌다. A가 만나서 얘기하자는 말에 약속을 잡았다. R의 죽음의 이유와 유서가 궁금했다.

이전 13화수상한 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