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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따따시 Sep 06. 2019

영화 [동물,원] 리뷰

영화로 보는 동물원의 민낯

현실과 이상 속에서 어느 곳을 쫓아가야 할까요? 과거 동물원은 사람들을 위한 전시의 공간으로 인식되었습니다. 지역마다 무차별적으로 동물원이 만들어졌습니다. 심지어 저희 동네 있는 큰 공원에도 동물원이 있을 정도였으니 말이죠. 

최근 동물원은 전 세계적인 이슈가 되고 있습니다. 동물원의 존폐 여부에 대한 이야기와 동물원에 있는 동물들은 사람들에게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는 것이죠. 하지만, 아직까지 동물원을 찾는 사람이 있고, 동물을 직접적으로 접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는 의견 또한 있습니다. 이렇게 동물원에 대한 많은 이야기가 오고 가는 상황에서 이 영화가 보여주는 동물원은 어떤 모습일지 궁금했습니다. 




다큐의 이상


제가 생각하는 다큐멘터리의 이상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영화가 아닐까 싶습니다. 다큐멘터리는 있는 사실을 그대로 기록을 하는 영화입니다. 사건의 발단과 전개 그리고 결말을 보여주는 것보다는 지금은 어느 상태이고, 인물들은 무엇을 하고 있다는 식의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는 모습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밝혀지지 않은 사실에 대해서 탐구하는 것보다는 지금 벌어지는 상황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 더욱 의미가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고, 그것이 다큐멘터리가 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관점에서 [동물, 원]은 꽤 중립적인 태도를 잘 유지하고 있습니다. 동물원에 대한 다양한 시각이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감독과 수의사 및 사육사들도 잘 알고 있으며, 그렇기에 더욱 책임감을 느끼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인물들의 다양한 인터뷰를 넣어서 상황을 설명하려고 하는 다른 다큐멘터리와 다르게 [동물, 원]은 인터뷰는 최대한 줄이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상황에 대한 설명이 필요한 상황에서 혹은 인물의 심경에 대해서 간단하게 보여주고, 영화는 동물원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에 대한 이야기만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의외의 개그들이 등장하는데, 이 개그들은 오로지 인물들의 일상적인 대화에서 주고받은 농담들입니다. 웃기기 위해서 작정을 하고 덤벼도, 웃기지 않은 영화가 태반인데 사람들의 일상의 대화는 상당히 재미가 있습니다. 



영화의 시각


인상적인 내용은 동물원을 바라보는 그들의 시각입니다. 동물들에게는 동물원이 필요 없을 것이라고 이야기하는 내용입니다. 그 이야기와 함께 동물원에 있는 사육사들과 수의사들이 동물과 함께 하는 이야기를 보여줍니다. 정확히 이야기하면, 동물에 대한 이야기보다는 동물원에 있는 사람들이 이야기라고 볼 수 있습니다. 

영화에서 말하는 동물원은 동물을 전시만 하는 곳은 아닙니다. 멸종 위기종을 지키기 위해서 인공 수정을 하기도 하고, 돌연변이 때문에 야생에서 살아갈 수 없는 동물을 보호하기도 하며, 아픈 동물들을 보살피며 살아갑니다. 야생에서 살아갈 수 없는 동물에게는 동물원이 보호할 수 있는 기능을 할 수도 있다는 상황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이 영화의 제목인 [동물, 원]에 있는 쉼표 하나는 동물원의 의미를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합니다. 영어 제목으로 해석을 해보자면, 동물들의 정원이라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원의 한자 뜻인 동산을 강조하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영화가 보여주는 모습을 생각해보면, 병원의 기능을 하고 있기에 원이라는 한 글자에는 다양한 의미를 내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봅니다. 



아이러니


동물원을 다루는 만큼 영화 속 동물들을 모습을 보면서 힐링을 하는 듯한 기분마저 듭니다. 그와 동시에 동물의 야생성이 드러나는 장면도 보여서 말 그대로 동물의 본래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모습을 통해서 한 가지 씁쓸함을 느꼈습니다. 같이 영화를 본 관객들과 저도 동물들의 모습을 보여 행복했습니다. 그런데, 그런 모습은 동물원이 없었다면 보지 못했을 것입니다. 반려 동물이 아니라면, 다른 동물을 보지도 못했을 것입니다. 

동물원은 사람을 행복하게 만들 수 있지만, 동물들은 행복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경우에 따라서 동물원이 더 나은 생활이라고 생각될 수도 있지만, 그것은 사람의 생각일 것입니다. 물론, 동물의 생각을 알 수 없습니다. 그들의 생각을 알고 싶네요. 그렇다면 사람과 동물이 공존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수 있을 테니 말이죠. 


영화 [살인의 추억]의 엔딩 장면을 기억하실 것입니다. 범인을 찾던 주인공이 수십 년이 지난 뒤에 사건의 현장을 찾아, 카메라를 바라보며 영화가 끝납니다. [동물, 원]의 엔딩도 상당히 인상 깊었습니다. 동물들이 카메라를 바라보는 모습으로 영화는 마무리가 됩니다. 

참 많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영화에서 인물이 카메라를 정면을 바라보는 경우는 시점 샷이 아니라면,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영화는 철저하게 관찰자의 시선으로 바라보기 때문에, 인물이 카메라를 본다는 것은 관찰자를 의식한다는 행위입니다. 이때 관객들은 몰래 훔쳐보다가 들킨 것과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동물들이 카메라를 보는 장면에서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습니다. 영화적인 시선으로 본다면, 이러한 상황에 대한 이야기를 관객들에게 넘기는 행위일 것입니다. 마치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신가요?’라고 묻거나 혹은 이 이야기들이 영화 속 이야기가 아니라 현실의 이야기,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그리고 마주 해야 할 이야기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영화적인 시선이 아닌 다른 관점에서 본다면, 우리가 동물들의 동물원이 되는 것이죠. 즉, 동물원이 아닌 사람'원'이 되는 것입니다. 철창을 통해 그들이 바라보는 우리의 모습은 어땠을까요? 그리고 다른 동물들에게 구경당하는 관객들의 느낌은 어땠을까요? 결국 사람도 동물이니 우리의 생각과 그들의 생각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그대로


이러한 모습들은 다큐멘터리가 할 수 있는 기능을 다 했다고 생각합니다. 다큐멘터리는 기록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기록이 영화를 보는 관객들에게 무언가는 깨닫도록 강요하면 안 됩니다. 사람마다 판단의 기준은 다르기 때문에 다큐멘터리가 어떤 결론을 내리는 것보다는 그 결정은 관객 스스로에게 맡기는 것이 옳다고 생각합니다. 만약 어떤 결론을 내릴 수도 있겠지만, 그 영화의 이야기는 오래가지 못할 것입니다. 현 상황을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느끼는 것이 있습니다. 그렇게 스스로 생각하게 된 것은 더 오랜 시간 기억될 수 있을 것입니다. 다큐멘터리야 말로 사실이 보여주는 힘을 보여주는 장르이기 때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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