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사람은 내가 모르는 전쟁을 치르고 있다

by 허김


모든 사람은 내가 모르는 전쟁을 치르고 있다.


최근에 저한테 누가 '화목한 가정에서 사랑 많이 받고 자라서 밝기만 한 사람 같다'라고 했는데,

평소라면 이 말을 듣고 '내가 보이고 싶은 대로 나를 잘 꾸며냈구나'하고 좋아했겠지만

저는 요즘 정말 모든 것이 버거워서

'지금 나는 가족들 때문에 미쳐버리겠는데 네가 뭘 아니?'하고 슬펐습니다.


내 가족들은 저에게 쉽게 못된 말들을 합니다.

어떻게 나한테 그렇게 폭력적으로 말을 할 수가 있을까요.

하지만 이 사람들도 그간 혼자만의 전쟁을 속에서 치르고 있었던 거겠죠?


내 동생은 우울과 싸우고,

아빠는 자신의 과오와 또 자존심과 싸우고,

그리고 또 둘은 서로 싸우고,

우리 엄마는 돈과 싸우고.

그간 애써 외면해 왔던 모든 것들이 한꺼번에 수면 위로 올라와 나를 덮치면서

나를 저 바닷속 깊숙이 밀어 넣는 것 같아 정말 버거운 요즘이었거든요.


할 수만 있다면 세상에서 나를 아무도 모르는 곳으로 떠나서

0부터 새로운 삶을 시작하고 싶어요.

안나처럼요.


그래도 저는 사소한 것에 행복해하는 사람이라 다행입니다.

봄에는 꽃이, 여름에는 나무가, 가을에는 단풍이, 겨울에는 눈이

이런 많은 사소한 것이 나를 웃게 합니다.

그래서 나를 덮친 이 문제의 바닷속에 가라앉아 잠수하기보다

바다 위에서 배영 하려고 노력해보고 있습니다.

저는 바다에 두둥실 누워 하늘을 바라보는 것도 좋아하거든요.


모든 사람은 내가 모르는 전쟁을 치르고 있다.

그러니 타인에게도 조금 더 친절해야겠습니다. 모두를 응원해야겠습니다.

자신만의 전쟁을 치르고 있는 모두들 건승하시길 바랍니다.

그래도 살아가다 보면 다시 자그마한 것에 또 웃으니까요.

곧 단풍이 피니까, 단풍 보러 가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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