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일딸공] 쓸데없이 양파가 매운 날.
노릇하게 속이 찬 배춧잎을 낱낱이 떼어,
어슷어슷 무심하게 툭툭 잘라 담고,
뾰족한 천일염을 한 컵 찬물을 또 한 대접 부어 뒤적인다.
알맞은 절임을 위해 시계를 보는 건,
초짜들이나 하는 짓이다.
김장하는 엄마 옆에서
물이 시도록 절인 배추를 뜯어먹던 나의 가닥,
계량 없이 가능한 유일한 영역이 절임이다.
부러지지 않고 탄력 있게 굽혀지는 정도를 가늠하는 덴,
두 손, 열 손가락,
손끝 감각이면 족하다.
찹쌀가루가 안 보여 밀가루 풀을 쑨다.
액젓, 육젓, 고춧가루에 밀가루 풀이 더해진다.
물이 찬 햇생강에 숟가락을 세워 들고
슥슥슥 껍질을 긁는다.
넉넉히 쪽파도 한 단
슴벙슴벙 썰고,
단단하고 윤이 나는 양파 한 개를 세워,
쫑쫑쫑 썰어둔다.
어깨와 귀 사이에 수화기를 껴 넣고 쬐~끔만, 적당~히, 알맞게!로 전해지는 엄마의 손대중에 뭐라카노?를 외치다가, 고춧가루 뚜껑이 양념에 추락하고 마는 그런 풍경은 없다. 한 끼 먹는 겉절이지만 한 포기는 정 없다며, 양푼도 아닌 다라이를 꺼내야 해결되던 남다른 큰 손도, 없다.
초록창이 추천해준 황금 레시피를 더듬으며 겉절이를 버무린다.
엄마보다 친절하고 엄마보다 정확한,
정 없는 나의 딱 한 포기 겉절이.
양파가 쓸데없이 맵다.
괜찮다.
오늘의 겉절이는,
느낌이 좋다.
정 없는 나의, 한 포기 겉절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