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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쑥쑤루쑥 Sep 10. 2021

수호천사가 생겼다.

아들 얘기다.

얼마 전 큰 동심이가 팔꿈치에 상처가 난 채 집에 왔다. 같이 놀던 다른 친구는 얼굴에 상처가 났다면서. 작년에 같은 반이던 한 아이가 하굣길에 만난 두 아이를 차례로 밀었다고 한다. 그냥 가만히 서 있었는데 밀어? 큰 동심이 말로는 그렇다고 한다. 


그러고 나서는 다행히 별일 없이 하교하는 모양인데, 얼마 전 큰동심이가 말한다. 엄마, 누누가 날 지켜줬어. 응? 누누가? 응. 지난번 나 밀친 애 있잖아. 걔가 나한테 왔는데 너 내 친구 괴롭히지 마! 그러면서 누누가 머리에 꿀밤을 날려버렸어. 그래서 나도 누누 귀찮게 하는 애 쫓아줬어. 


누누는 여자 아이다. 학기 초부터 큰 동심이한테 호감을 가진 게 내 눈에도 보일 정도였다. 누누가 큰 동심이한테 진한 고백 쪽지도 줬었다. 당시, 직전의 어떤 상황으로 누누를 오해한 큰 동심이가 나 너랑 친구 안 해!라고 선언했고 누누가 운 적이 있다. 이틀 뒤인가 화해하고 또 언제 그랬냐는 듯 잘 지내고 있다. 


가냘픈 누누가 친구를 괴롭히는 제3자에게 맞설 강단이 어디서 났을까. 그리고 겁 많은 소심파 큰 동심이는 또 그런 용기가 어디서 났을까. 누누가 여전히 큰 동심이를 좋아하는지는 잘 모르겠다. 호감, 우정, 의리, 도리. 무어라 이름 붙여야 할지 모르겠지만 그게 무어든. 친구랑 싸우기도 하고, 화해하기도 하고, 티격태격, 오르락내리락하면서 많은 경험을 하고 있는 아이가 잘 크고 있는 것 같다. 무척 감사한 일이다.  




Photo by Torsten Dederichs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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