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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쑥쑤루쑥 Mar 30. 2022

50년 그리고 70년

엄마는 대학시절과 사회생활하던 곳의 생활 반경이 많이 겹친다. 나의 본가도 거기서 멀지 않다. 얼마 전 우리 집에 와계시는 동안, 늘 드시던 약이 떨어지는 바람에 약국에 전화로 주문한 적이 있다. 엄마의 50여 년 단골 약국이라고 한다. 내 평생을 갖다 붙여도 50년이 안 되는데, 단골인 세월만 반백년이라니. 


문득, 외할아버지와 나눴던 대화가 생각난다. 여름휴가를 외가로 가던 시절. 그 어느 여름밤 시원한 베란다에서. 잔잔한 바다를 바라보며 할아버지의 단골 이발소 얘기를 들었었다. 무려 70년 단골이라고 하셨었다. 당시 20대이던 나는 그 숫자가 마냥 놀라웠다. 


50년이 흐르는 동안, 약국은 이제 자녀 부부가 연로하신 부모님을 도와 함께 일한다고 했다. 70년이 지나는 동안 이발사는 은퇴하고 그 아들이 가업을 이어받았다고 했다. 그 아들에게서 나의 외삼촌은 머리를 자른다고도 했다. 사장님에 이어 손님까지 세대교체되고도 남을 시간. 70년의 스케일에 압도된 지 몇 해가 지났을 뿐인데. 50년이라는 만만찮은 숫자가 튀어나왔다. 내 엄마의 입에서. 엄마의 나이 그리고 엄마의 시간이. 너무 빨리 흐르는 것 같다.   




Photo by Djim Loic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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