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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속자들

by 쑥쑤루쑥

그들만의 세상

본방송하던 때에 보다 말았었다. 너무나 비현실적인 배경이어서 도저히 공감이 가질 않았다. 정확히는 별로 공감하고 싶지 않았던 것 같다. 그 때의 난 직장인. 머리에 피도 안 마른 것들이 어른인 내가 속한 이 현실보다 더 피튀기게 못되먹고 세속적으로 구는 것도 별로였다. 이번에는 거의 안 빼먹고 봤다. 하지만, 가장 큰 동력은 작품이 아니라 박신혜의 연기다. 전형적인 캔디 캐릭터라도 연기를 잘 하는 사람이 하니까 절박함과 꿋꿋함이 잘 묻어났다. 김은숙 작가 특유의 말맛도 이번엔 별로 와닿지 않았다. 나 너 좋아하냐?와 같은 유체이탈 화법은 오글거릴 뿐이다(하지만, 이토록 기억엔 잘 남았다).

심한 반복

아쉬운 점은 탄과 은상의 로맨스의 흐름이다. 당연히 기복이야 있겠지만 오르락내리락이 너무 과하게 반복되서 이걸 더 볼까 말까 고민했다. 그러나 이것도 신혜씌의 미친 연기로 참아 넘겼다. 게다가, 그 애들 모두가 사실은 왕관의 무게를 쓰고 있었다는, 나름 어려운 삶이더라는 결론이 너무 마지막회에 불꽃놀이처럼 빵하고 나와서 공감이 되질 않았다. 지금껏 그 말을 하려고 그 많은 이야기를 끌어왔단 말인가. 탄이는 탄이대로, 영도는 영도대로 그들이 맞닥뜨린 '집안 어른들의 위기' 앞에서 한층 더 성장하는 건 오케이. 그 대목에 조금 더 이야기를 할애했으면 어땠을까 싶다.

강하늘

등장인물들 중 효신(강하늘 분)의 캐릭터가 단연 돋보인다. 주연 포함 대부분의 캐릭터들이 밋밋하고 평면적인데 효신 캐릭터는 조금 입체적이어서 보는 재미가 있었다. 캐릭터 자체는 슬픈 사연이 있어 많은 순간 사는 게 고역이었겠지만. 강하늘이 김은숙 작가의 말맛을 담담하게 잘 살린다고 느꼈다.

진화하는 그녀

다 챙겨보진 않았지만 김은숙 작가의 도깨비, 미스터 션샤인을 정말 재미있게 봤다. 재미 뿐이랴. 감동까지 있었다. 생과 사에 대해 고민하게 만들고, 일제강점기 우리 민족의 고달픈 삶과 의병들의 기개에 대해 생각하게 만들었으니까. 따라서 그 두 작품을 접하고 난 뒤 본 상속자들은 좀 허전할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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