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지옥에서 온 판사

by 쑥쑤루쑥

첫 화의 충격

말 그대로 '지옥'에서 온 판사가 악인을 응징하는 내용이다. 첫 화의 충격을 몇 가지 키워드로 정리해봤다. 첫 번째는 박신혜의 액션. 액션이 그렇게 맛깔스러울 수가 없다. 펀치 한 방도 시원하다. 액션이 더 시원하도록 카메라 기법을 신경썼다. 두 번째는 폭력. 범죄를 묘사하는 대목이 정말 자세하고 잔인하다. 거의 매화 유혈이 뚝뚝 떨어질만큼. 떨어져내리는 게 피뿐이면 다행이다. OTT말고 공중파에서 방영할 수 있는 수준인가 의아할 정도. 그런데, 이건 피해자가 당한 고통을 가해자에게 고대로 되돌려줄 때 오히려 더 통쾌하게 만드는 면이 있다. 셋째, 판타지. 지옥, 천국, 악마, 천사 등이 등장한다. 초자연적 존재가 드라마에 등장하는 건 이제 익숙하다. 문제는 그걸 다루는 방식인데 결코 가볍지 않다. 너무 단순하게 접근하지 않아서 좋았다.

인간보다 인간같은

지옥에서 온 판사는 사실은 악마다. 그것도 지옥에서 악마 세계 2인자쯤 되는 겁나게 센. 지금은 강빛나라는 판사의 몸에 들어가 있을 뿐이다. 악마답게 냉정하다. 배신과 술수에 능하다. 그런데 그녀가 처단하는 범죄자 인간들을 보노라면, 차라리 악마가 낫지 싶다. 그녀가 악인을 처단하는 방법은 판사로서 형량을 최대한으로 가볍게 선고하는 것. 그렇게 풀려난 죄인을 따로 찾아가서 피해자가 당한 그대로 가해자에게 되갚아주고 죽여서 지옥으로 송환한다. 그녀의 진짜 '처분'은 탈 인간계의 일이므로 아무도 몰라야 한다. 그러니 형량을 지나치게 가볍게 선고하는 미친 판사로 소문이 자자하다. 하지만 그녀는 개의치 않는다.

물론, 여기에는 그녀만의 이해관계가 얽혀 있다. 살인자 송환 할당량을 채워야 다시 지옥으로 되돌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실의 사법부가 해내지 못하는 일을 악마가 해내는 프레임이다. 그것도 통쾌하고 신랄하게. 이 과정에서 뼛속깊이 악마이던 그녀는 인간 한다온을 만나 조금씩 인간화된다. 극에서는 인간화의 징표가 눈물을 흘리는 것인데, 나중에는 인간화다 되다 못해 연쇄살인마의 피해 유가족들을 위로하는 한편, 우리 나라의 사법 현실에 대해 그 어느 '인간'보다 공분한다.

티키타카

강빛나가 악마로서 악인을 처단하는 장면들은 극 안의 극 같다. 일명 작업복을 입고 화려하게 차려 입은 아름다운 여성이 런웨이를 걷듯 등장한다. 그러고는 무지막지하게 악인을 두드펴 팬다. 문자 그대로 '맞아 죽는' 상황이다 보니 이 또한 피가 낭자하다. 그 흔적을 없애주는 이들 역시 인간의 몸에 들어가 사는 또 다른 악마 무리인데, 이들과의 티키타카카 볼만하다. 이를 테면, 작업의 흔적을 지우는 팀이 인간세계에서 특수 청소를 담당한다. 여기엔 보통의 인간 평균 이상으로 측은지심을 가진 악마도 있고, 지옥에 돌아가기 싫어 열심히 교회에 다니는 악마도 있다. 강빛나와의 티키타가가 빛나는 또다른 상대는 지법원장과 동료 판사들. 지법원장의 무리한 요구에 말 한 마디 지지 않고 따박따박 시원하게 쏴대는 장면들과 이죽거리는 동료 판사들에 대한 시원한 대응이 나름 포인트다 (박신혜가 연기를 잘 하는 줄을 알았지만 정말 너무 잘한다. 말투, 표정, 눈빛, 제스처, 다 너무 맛깔스럽다).

시즌2가 나올까

시즌2가 나올 수도 있게 밑밥을 잔뜩 깔아두었다. 마지막회에 하달된 루시퍼 님의 제안에 따르면 강빛나는 여기서 한다온과 함께 완전한 인간으로 살 수 있는 선택지가 생겼다. 하지만, 재판장에서 반성이라곤 1도 없는 피의자를 대면하고 분노가 끓어오른다. 그녀는 악마로서 못된 인간을 계속해서 처단할 것인가. 보통의 인간으로 돌아갈 것인가.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