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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쑥쑤루쑥 May 15. 2021

맞살림과 맞벌이

누구나 살아가려면 돈이 필요하고 살림도 필요하다. 똑같이 중요하다. 정리 정돈, 빨래, 청소, 요리 등을 하지 않고 살 수는 없다. 물론 돈이 풍족하면 살림을 외주화 할 수는 있다. 하지만, 살림이 필요하다는 본질은 부정할 수 없다. 돈도 마찬가지. 누군가로부터 경제적 지원을 받을 수는 있지만, 돈이 필요하다는 본질 또한 부정할 수 없다. 


우리 집은 외벌이 가정이며 나는 전업주부이다. 아이를 키우려면 돈도 필요하고, 살림에 더해, 가까이서 아이를 보살피는 것도 필요하다. 둘 다, 아니 셋 다 똑같이 중요하다. 그런데 전업주부를 ‘남편이 힘들게 벌어다 준 돈 쓰면서 집에서 탱자탱자 편하게 노는 사람’ 정도로 취급하는 언사를 온오프라인에서 아직도 종종 목도한다. 나만 해도 직접 육아와 살림을 도맡아 하기 전까지는 엄마가 하는 일이 이렇게 많은지 미처 몰랐다. 식구 넷 중 아빠, 오빠, 나 이렇게 셋이 밥벌이를 하던 시절엔 엄마가 세상 부러운 적도 있었으니 말 다했다. 배운 적이 없고, 누구도 가르쳐 준 적이 없었으니까. 머나먼 윗 세대 얘기가 아니었다. 


남편은 집안일이 끝없는 줄도, 그 수고가 상당한 줄도 잘 알고 이해하는 편이다. 때문에 퇴근하면 빨래를 개고, 집안이 어지러우면 나서서 청소하는 게 자연스러운 사람이었다. 하지만, 회사에서 책임이 많아지고, 업무량과 근무 시간이 늘면서 집안일에서 좀 멀어지게 되었다. 내가 ‘독박’ 육아에 익숙해지는 동안, 남편에게는 ‘독박’ 밥벌이가 익숙해졌다. 밥벌이와 살림의 결이 매우 다른 건 너무 잘 안다. 하지만 왜 둘은 평행선을 그려야만 할까? 부부가 같이 밥벌이도 하면서 살림도 할 순 없을까? 그러기 위해 필요한 건 너무도 많겠다. 최소한 9 to 6까지는 안전하게 아이를 맡길 수 있는 교육 또는 보육 인프라? 야근이 당연시되지 않는 근로 문화? 파트타임이라는 고용 형태의 확대? 등.  


직장에서 가족 부양을 최우선으로 분투하는 남편에게 항상 크나큰 고마움과 미안함을 느낀다. 특히, 밖에서 이렇게 든든히 버텨주는 남편 덕에 부부 중 한 사람이라도 아이들 커가는 소중한 순간을 곁에서 지켜볼 수 있는 것이기에. 하여 남편이 ‘밥벌이’에 매진할 동안, 그만큼의 책임감으로 집안일과 육아를 하려고 노력해왔다. 내가 대표로 곁을 지킬 뿐이라는 생각으로. 아이들 사진과 동심 가득한 우리 아이들의 어여쁜 언행을 그날그날 톡으로 남편에게 전해준다. 우리만의 육아일기 같은 기록의 의미를 겸하여. 물론, 지난 ‘애둘라이프’를 돌이켜 보면 마음과는 달리 고성과 자괴감으로 얼룩진 나날도 적지 않았지만. 


맞벌이는 양성 평등이다. 남녀가 똑같이 능력 발휘하여 소득을 창출한다. 하지만, 그 말에 살림과 육아는 아예 제외되어 있다. 그래서 최근 등장한 ‘맞살림’이 참으로 반갑다. 그리고 맞벌이와 똑같은 무게감으로 맞살림이 자리매김할 날이 너무 멀지 않길 간절히 소망한다. 그전에, 맞벌이와 맞살림을 넘나들고 싶은 나 같은 경계인부터 어떻게 좀 안 되겠니? 





* 커버 이미지 : Photo by Mike Scheid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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