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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쑥쑤루쑥 Jul 25. 2021

실수도 공평해졌다

두 아이에게 사랑을 골고루 나눠주는 일. 둘째를 가지기 전부터 가장 걱정하던 부분이었다. 두 아이에게 100%씩 주는 게 아니라 내가 가진 100%를 사이좋게 절반으로 쪼갠 50%가 산술적으로 최선이었다. 하지만 애정 어린 무언가는 고사하고, 먹이고 입히고 씻기고 재우는 원초적인 일만으로도 나의 에너지는 매일이 마이너스였다.


터널 같던 몇 년 여가 지나고, 드디어 나도 작은 동심이도 다시금 사람 꼴이 되어갈 무렵, 큰 동심이가 자꾸 물었다. 엄마는 나랑 동생 중 누가 더 좋냐고. 물리적으로 둘째에 더 매여 있던 나날이라 큰 아이가 박탈감이 컸을 것이기에 고민 끝에 나는 귓속말을 했다. 당연히 둘 다 좋은데, 네가 조금 더 좋다고. 대신, 이건 비밀이니까 절대 동생한테 말하면 안 된다고.


그러면 큰 동심이는 아주 흡족해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제 작은 동심이도 눈치 단수가 급상승중인 상황. 그래서 이제는 답변을 업그레이드했다. 둘 다 똑같이 사랑하지. 하지만, 뭐가 됐든 너랑 한 시간이 훨씬 많아. 예나 지금이나 둘 다 좋다는 전제를 까는 건 어째야 좋을지 모르는 소심한 엄마의 방어막 같은 거라 친다.   


두 아이 이름의 끝 글자가 같다. 작은 동심이가 태어났을 때, 자꾸 큰 동심이 이름부터 튀어나왔다. 모모, 아, 아니 무무야라고 부르는 게 공식이라도 되듯이. 그때는 남편에게 남매를 일컬어 '우리 애들'이라고 칭하는 것도 너무 어색했다. 내가 진짜 애가 둘이 됐지 하며 '우리 애들'이란 말을 읊조리던 기억이 난다.


처음엔 무무도 모모, 모모도 모모였는데 이젠 무무에게 모모, 모모에게 무무라고 한다. 어느새 말문이 터진 작은 동심이는 두 눈에 힘 빡 주고 대꾸한다 "나 오빠 아니거든!". 이렇게 5년 만에 실수도 공평해졌다.





Photo by Tyler Nix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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