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쑥쑤루쑥 Aug 05. 2021

현실 남매의 미래를 목격하다

음식물 쓰레기 배출하러 다녀오는 길, 엘리베이터를 탔다. 나보다 먼저 탑승해 있던 여자 아이는 7-8세 정도로 보였다. 손에는 우편물이 한아름 들려 있다. 저 나이에 우편물을 직접 챙기다니 설사 심부름이었다 해도 뉘 집 딸인지 참 야무지구나 속으로 생각했다.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고 우리는 올라갔다. 다른 층에서 키 큰 오빠 두 명이 탔다. 초등학교 고학년쯤으로 보인다. 야무진 여자 아이가 오빠를 보며 함빡 웃는다. 오빠야! 어쩐지 오빠가 집에 없더라! 친오빠인 모양인데 저렇게 반갑다. 오빠는 어.라고 단답형 대답만 하고 같이 탄 자기 친구 하고만 쉴 새 없이 떠든다. 여동생과 눈이 마주치면 나는 애처롭고 아이는 민망할 것 같아 표정을 살피지 못했다. 하지만, 안 봐도 알 것 같다.


요즘 들어 큰 동심이가 작은 동심이 다 듣는 데서 내게 얘기한다. 나는 이무무(동생)가 세상에서 제일 싫어! 그러면 나는 이렇게 말한다. 너는 너 좋아하는 코코 형아(내 조카)가 니 면전에서 네가 세상에서 제일 싫다고 하면 기분 어떨 것 같아? 별로야. 동생도 상처 받는다. 그리고 좋은 얘기도 삼 세 번이랬다! 이 정도면 내 상태가 나쁘지 않은 날이다. 이런 식의 대화가 반복되면서 나는 고민에 휩싸이곤 했다. 진짜 왜 저리 동생을 싫어하지? 내 사랑이 부족한가? 하, 이 남매를 어쩌면 좋지? 


그런 내게 엘리베이터에서 본 남매의 모습은 큰 위로가 되었다. 이게 소위 말하는 현실 남매인가 싶다. 





Photo by Arun Clarke on Unsplash 

작가의 이전글 나답다는 것이 주는 위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