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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쑥쑤루쑥 Aug 07. 2021

배운 남자

선무당이 크는 시간

큰 동심이는 10대를 목전에 둔 어엿한 아홉 살. 여섯 살부터 혼자 샤워하는 연습을 조금씩 시작해서, 일곱 살부터였나 전신을 내 도움 없이 혼자 힘으로 씻을 수 있게 됐다. 이제는 혼자 할 수 있지만, 그래도 엄마가 도와주었으면 하는 날은 내가 도와주는 정도. 


그런데 내가 큰 동심이 샤워를 도와줄 참이면, 작은 동심이는 혼자 남겨진다. 아직 혼자서 노는 시간이 짧다. 무서울 수도 있고, 심심할 수도 있다. 그런 날이면 어김없이 욕실 문이 활짝 열리고 어느새 작은 동심이가 상반신을 욕실 안에 들이밀고 있다. 큰 동심이가 외친다. 엄마! 쟤 지금 성희롱했어! 


등짝 스매싱. 내가 소질을 발견한 신영역이다. 말로 하다 하다 안 되면 큰 동심이 한정 등짝 스매싱을 좀 날리고 있다. 다행히 심각한 상황은 아닌 것이, 애는 그 매운맛에 헛웃음을 토해내고, 아이가 몸을 꼬고 얼굴을 잔뜩 찌푸리다가 웃고 마는 모습에 나 역시 웃음이 터지는 게 다반사다. 그러다가 한 번씩은 내게 항변한다. 엄마, 이거! 아동 학대야! 


우리 집엔 배운 남자가 산다.   





Photo by Francesco Gallarotti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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