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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쑥쑤루쑥 Aug 15. 2021

미스 옥수수

작은 동심이는 땀이 많다. 체질이 남편을 많이 닮았다. 큰 동심이가 긴소매 옷 입을 때 칠부 소매 입고, 큰 동심이가 반소매 입을 때 민소매 입으면  딱 맞다. 내가 좀 썰렁하다 싶은 게 작은 동심이에게는 딱 쾌적한 온도. 땀 부자답게 금세 머리가 젖는다. 낮잠 재우려 팔 베개 하려다, 달려와 안기는 아이를 안아주려 몸을 숙이다가, 그렇게 일과 중 한 번씩 작은 동심이 정수리와 내 코가 가까워진다. 그러면 시큼한 땀냄새가 확 몰려온다.   


아이고, 옥수수 쉰내야. 무무야, 미스 옥수수세요? 그러면 작은 동심이는 까륵거리며 응. 나 옥수수야. 깔깔깔. 듣고 있던 큰 동심이는 뭐? 엄마가 옥수수를 낳았다고? 대단한 발견인데! 와 같은 대화가 오고 간다. 작은 동심이가 옥수수 쉰내 공격~! 을 외치며 젖은 머리칼을 먼저 들이밀 때도 있다. 


그런데 그 시금털털한 땀 내음에 묘한 중독성이 있다. 마치 어린 시절 아빠 양말에서 나던 발 냄새 같다. 어릴 때, 퇴근하신 아빠 양말을 내 코에 대고 으익 발 냄새! 를 외치곤 했다. 그게 싫으면 그만 맡았을 텐데, 나는 아빠의 양말 짝을 붙들고 연신 코에 갖다 대며 얼굴을 찌푸렸다. 그러면 그 광경에 아빠는 껄껄 웃으셨다. 


그런 마음인 것 같다. 그 체취, 그 에너지, 그리고 서로 기분 나빠하지 않고 주고받는 우리만의 유쾌한 농담 같은 것. 오늘도 비싸게 낮잠 든 작은 동심이 정수리에 나는 코를 박는다. 아이고, 땀냄새야. 아이고, 예쁜 녀석.   





Photo by Ruslan Zh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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