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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쑥쑤루쑥 Sep 24. 2021

등짝 스매싱과 슬리퍼

큰 동심이가 축구 수업에 가서 친구들에게 나를 소개한다. 얘들아, 우리 엄마야! 여기까지는 괜찮았다. 얘들아, 우리 엄마 등짝 스매싱 엄청 세! 조금 민망해지려던 찰나에 듣던 친구가 화답한다. 우리 엄마는 맨날 슬리퍼 들고 쫓아와! 내가 물었다. 슬리퍼는 왜? 무덤덤한 대답이 이어진다. 슬리퍼로 때리려고요! 우리는 다 같이 웃음을 터뜨렸다.  


그 친구 엄마를 딱 한 번 본 적이 있다. 아이들 셔틀 기다리면서. 지금 마주쳐도 얼굴을 못 알아볼 정도로 기억이 희미하지만, 점잖고 우아한 모습이었다. 그런 엄마도 집에서 슬리퍼를 들고 애를 쫓아다닌다니. 아, 엄마들의 이 이중생활이란. 


큰 동심이가 떡애기던 어느 날, 세 식구가 마트에 갔다. 어떤 아이 엄마가 두 돌 남짓한 아이를 향해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야야 거리면서. 그때 나는 약간 충격을 받았었다. 어떻게 자기 아들한테 야라고 할 수 있지? 이 쪼그맣고 귀여운 아기에게! 


그 떡애기 엄마는 약 10년 후, 집에서 등짝 스매싱의 대가로 등극했으며, 샤우팅 할 땐 본인 목 안 아프게 뱃심을 쓸 줄 알게 되었다. 야는 어머나 같이 수시로 튀어나오는 감탄사 아닌가효. 점점 터프해지는 전국의 엄마들에게 공감을 보낸다. 한 치 앞을 못 보고 속으로 욕했던 아이 엄마에게는 사과도 함께. 






Photo by Gulfside Mike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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